고용불안에 ‘공시생’ 된 강원청년들
도내 양질 일자리부족에 공직 선호 심화
11일 지방직 9급 접수 앞두고
공무원학원·자습실 북새통
고교생 수능 대신 공시 준비도
“경기 어려울수록 수강생 증가”

▲ 3·1절 연휴 마지막날인 3일 도내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무단이탈시 퇴실 조치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 3·1절 연휴 마지막날인 3일 도내 한 공무원학원에서 수험생이 공부에 집중하고 있다.무단이탈시 퇴실 조치를 알리는 문구가 붙어있다.


“기약없는 긴 싸움에 지치지만 공무원이 되면 안정적인 수입은 보장되니까요.”

3·1절 연휴를 맞아 나들이객으로 북적이던 3일.동해의 한 공무원학원 자습실은 볼펜 떨어지는 소리도 크게 울릴만큼 고요했다.오는 11일로 다가온 지방직 9급 접수를 앞두고 분위기는 한층 예민해졌다.그룹 스터디를 위해 잠시 밖으로 나온 김모(30)씨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건설업계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2년째 ‘공시생’ 신세다.

다니던 직장이 있었지만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일자리가 그를 불안하게 했고 결국 9급 공무원 시험 준비를 택했다.김씨는 “고향인 강원도에서 살고 싶지만 공직이 아니면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며 “요즘 같은 고용 위기 시대에는 공무원 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오전 8시45분 학원으로 나와 밤 12시까지 공부한다.핸드폰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고 무단으로 자리를 뜰 수도 없지만 합격을 위해 자유는 잠시 내려뒀다.김씨와 함께 행정법 스터디를 하는 오모(26)씨는 수험 생활에 드는 비용이 큰 부담이다.오씨는 “집에서 도시락을 싸올 수 없는 상황이라 주변 식당에서 하루 두끼를 사먹는다”며 “부모님께 지원받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한끼 식사 가격도 부담스러워진다”고 밝혔다.

도내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뛰어드는 이유는 안정적인 직업이 적기 때문이다.강원 지역의 열악한 산업 기반과 불안한 고용 시장이 청년들을 ‘공시생’으로 만든다.동해에서 공무원 학원을 운영하는 김민(43) 원장은 하루에도 여러번 중·고등학생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를 받는다.학원 수강생들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학생부터 30대 직장인까지 다양하다.김 원장은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게 느껴진다”며 “도전을 통해 모험하기 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에서 공무원학원을 운영하는 엄모씨 역시 도내 미비한 산업 구조가 양질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져 공직 선호 현상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엄씨는 “올해 19살이 된 학생이 찾아와 수능 대신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고 있다”며 “대학생 취업난에 빨리 안정적인 공무원이 되겠다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고 말했다.

공직 선호 현상은 각종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난다.지난 1월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성인남녀 680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152명(22.4%)이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한편 지난해 제2회 강원도 공무원 임용 필기시험에는 838명 선발에 1만864명이 접수,12.9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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