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양양교육지원 센터장

▲ 김동수 양양교육지원 센터장
▲ 김동수 양양교육지원 센터장
양양여중,양양여고가 문을 닫았다.양양여중은 1955년 2월 개교해 지난 1월 졸업한 74명을 포함해 8877명,양양여고는 1956년 4월 개교한 이래 양양지역 여성 인재 육성의 요람으로 모두 7046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통합논의는 2017년 강원도교육청 중학교 남녀공학 전환을 위한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비롯됐다.당초 교육청에서는 양양중학교와 양양여자중학교를 남녀공학 전환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했다.이 과정에서 양양중고,양양여중고가 각각 병설인 관계로 중학교만 남녀공학으로 바꾸기보다는 고등학교도 함께 추진하자는 의견이 나왔고,설문 조사를 통해 81.1% 찬성으로 통폐합이 결정돼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양양지역 고등학교 통합 논의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10여 년 전 일부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최적의 학습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통합하자는 의견이 있었다.하지만 당시만 해도 학생들이 많고 학교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동문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중고 병설이라 교육과정 운영은 고등학교 우선이었다.한창 활발하게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형,언니들의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없었다.그게 중학생들의 불만이었다.양양여고의 경우 진학반이 학년별 2개 반이라 일부 과목은 선택할 수조차 없었다.과학교과의 경우 물리,생물,화학,지학 네 과목 중 단 한 과목의 교사만 있었기 때문이다.이과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인근 지역으로 유학을 가거나 그냥 희망을 포기해야 했다.이러한 바람과 시대적 흐름이 적절하게 맞아 두 학교가 각각 하나로 합쳐지게 됐다.

이번 남녀공학 추진과정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많았다.한창 민감한 시기 아이들이 함께 공부하면 생활지도가 어렵고,양양에 고등학교가 하나 밖에 남지 않게 되면 지역 소멸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까닭 때문이다.하지만 그러한 우려들은 그냥 기우일 수밖에 없다.학교 안에서 만나지 않아도 좁은 지역이라 아이들이 대부분 서로 잘 안다.남녀공학 때문에 어른들이 우려하는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 것이다.통합되는 학교를 통해 우리 지역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음에 그나마 작은 위안을 삼는다.

노란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던 지난해 가을 양양여중 마지막 예술제가 열렸다.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모든 아이들이 큰 소리로 ‘울지 마! 울지 마!’ 강당이 떠나가도록 외쳤다.그 소리가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졸업식 하던 날 학생회장이 ‘마지막 안녕! 양양여중’하자 식장에는 ‘아!’ 하는 탄식이 낮게 갈렸다.더 이상 무슨 말로 아쉬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꽃다운 나이 교정에서 깔깔거리며 꿈을 키우던 아이들의 마음 속 커다란 아쉬움은 무엇으로 대신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양양여중,양양여고는 많은 동문,지역주민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았다.이제 두 학교 이름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하지만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의 마음속에는 언제까지나 그리운 모교로 남을 것이다.안녕, 양양여중이여! 안녕, 양양여자고등학교여!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