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보리 커피 개발한 강원희 교수
2009년 유전육종체험학교 열어
화천서 지역작물 고급화 연구
커피로 전환 뒤 폭발적 반응
고성 해양심층수 활용 재배
2017년 코끼리 똥 커피 개발 시작
지난달 네팔 현지 시험생산 성공
백화점·호텔 등 관심 쏟아져
수익금 일부 동물 보호단체 기부

▲ 블랙 아이보리 커피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강원대 강원희 교수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명준
▲ 블랙 아이보리 커피의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한 강원대 강원희 교수가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김명준

우리 원두 1㎏에 1800달러(200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커피 ‘코끼리 똥(블랙 아이보리)커피’가 강원도에서 대량생산 방식으로 탄생했다.코끼리 똥 커피의 상품화를 앞두고 있는 강원희 교수를 만났다.

유년 시절 동네 뒷산 앵두에게 “씨앗아 축하해.너는 엄마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게 되는구나”라고 말을 걸던 순수한 소년은 그때의 감성을 담아 40여년이 지난 지금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커피를 개발했다.그는 커피체리를 먹고 배설을 통해 씨앗을 뿌리는 코끼리를 보고 블랙 아이보리 커피를 ‘행복한 커피’라고 부른다.어미 나무를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는 커피콩의 설렘과 누군가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맛으로 모두가 행복해지리라 믿기 때문이다.

어린시절부터 식물들을 남다르게 바라봤던 강원희 교수는 호기심 많은 청년답게 작물들의 속을 들여다보는 유전공학과 분자생물학을 전공,1981년 강원대 원예학과 교수로 부임했다.그는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 작물들의 고급화에 대한 집중연구를 시작,2009년 폐교된 화천 명월초에 유전육종체험학교를 열고 토마토와 파프리카 등의 작물 재배 연구를 비롯해 학생과 관광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교육시설로 확장해 나갔다.반응은 좋았지만 한철이었다.

모두의 관심을 모을만한 소재를 고민하던 중 당시 국내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가던 커피에 관심을 돌렸다.걱정과는 달리 국내에서도 커피나무는 잘 자랐다.주요 작물을 커피로 전환한 뒤에는 폭발적인 반응이 쏟아지기 시작했다.한 번 방문하면 발길이 끊겼던 관광객들은 한 번만 방문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커피 수확 체험을 위한 단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특히 실습체험을 병행하는 강 교수의 교양강좌는 수강신청 기간 몇 초만에 수강정원이 채워질 정도의 강원대 대표 인기 강좌가 됐다.인기에 힘입어 평소 작물의 품질 개량과 고급화에 관심이 있었던 강 교수는 고성지역의 해양심층수를 활용한 해양심층수 커피 개발을 시작으로 2017년부터 ‘코끼리 똥 커피’에 대한 본격 연구를 시작했다.

▲ 강원희 교수는 지난달 ‘코끼리 똥 커피’ 최종 점검을 위해 네팔을 방문,생산과정을 확인했다.
▲ 강원희 교수는 지난달 ‘코끼리 똥 커피’ 최종 점검을 위해 네팔을 방문,생산과정을 확인했다.

“코끼리 똥 커피?” 이름만 들어도 생소하다.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곳이 없어 맛을 본 사람들도 많지 않다.동물의 배설물에 섞인 원두를 커피로 만들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초 네덜란드 지배에 있었던 인도네시아에서 탄생했다.커피를 개인적으로 소비할 수 없었던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사향고양이의 배설물에 섞인 원두로 커피를 만들게 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이렇게 탄생한 루왁커피는 아라비카 커피나무의 독특한 향과 부드러움을 자랑한다.특히 동물들의 소화기관들을 통해 커피의 단백질이 발효되며 쓴맛은 줄고 달콤함이 풍부해진다.

코끼리똥 커피도 마찬가지다.코끼리똥 커피는 쓴 맛이 거의 없고 달콤한 맛과 함께 목 넘김이 부드러운 풍미를 자랑한다.하지만 사향고양이와는 달리 생산효율이 낮기 때문에 가격은 상상을 초월한다.커피원두 1㎏에 1800달러(200만원)로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판매된다.1㎏의 원두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코끼리가 33㎏의 커피 열매를 먹어야 한다.

이마저도 쉽지 않다.코끼리의 습성상 강가에 배변하기 좋아하는데다 배설물을 바로 치우지 않으면 다른 가축들의 먹이가 되기 때문이다.네팔을 오가며 코끼리똥 커피 개발에 집중했던 강원희 교수는 “코끼리가 강가에서 물을 먹을 때 ‘풍덩’ 하는 소리가 나면 아수라장이 된다”며 고충을 설명했다.

또 튼튼한 코끼리의 소화기관을 통해 나오다 보니 상품화 할 수 없는 깨진 생두도 상당해 생산량이 극히 적어지게 된다.강원희 교수는 이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대량생산 기술을 개발,새로운 코끼리똥 커피 만들었다.그는 이 코끼리 똥 커피로 커피산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킬 야심찬 꿈을 꾸고 있다.

시간이 날때 마다 네팔을 오가며 코끼리 똥을 헤집었다.수년간의 노력 끝에 지난해 코끼리 똥 커피의 새로운 생산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지난달 네팔 현지 시험 생산까지 성공적으로 마치며 ‘강원희표 코끼리 똥 커피’를 만들었다.현재 상품화를 앞두고 마지막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출시 전부터 국내 백화점과 호텔 등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특히 강 교수의 코끼리 똥 커피는 깔끔하고 깊은 맛을 자랑하는 해양심층수 재배 커피열매로 만들어지며 깊은 맛을 더했다.

▲ 강원희 교수는 지난달 ‘코끼리 똥 커피’ 최종 점검을 위해 네팔을 방문,생산과정을 확인했다.
▲ 강원희 교수는 지난달 ‘코끼리 똥 커피’ 최종 점검을 위해 네팔을 방문,생산과정을 확인했다.

그는 이번 커피 개발을 통해 네팔 모카라 지역에 커피농장을 조성하고 아프리카 케냐에 까지 개발 기술을 적용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특히 고성 해양심층수 활용을 비롯,지역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 최근 춘천시에 커피 축제를 제안한 상태다.

강원희 교수의 최종 목표는 최고 품질의 커피를 개발해 세계 최고의 커피를 생산하는 것이다.이를통해 지역 관광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산·학 연계 교육활용과 연구 기반 구축 등을 기대하고 있다.또 커피 판매 수익금 일부는 코끼리와 야생동물 보호단체에 기부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강 교수는 “올해 안에 해양심층수 열매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 코끼리 똥 커피 상품화를 통해 학계는 물론 관련 지역 산업 기반까지 구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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