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빈곤 시달리는 자영업자
주당 실근로시간 50.5 시간
영세업장일수록 휴식 어려워
건강권 방해 생산성 저하 심각

▲ 17일 오후 삼척의 한 회센터에서 상인이 설거지 후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 17일 오후 삼척의 한 회센터에서 상인이 설거지 후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회센터가 쉬는 날이면 동네 미장원에 사람이 넘쳐요.평소에는 머리할 2∼3시간을 내기가 힘드니까요.”

한껏 따뜻해진 날씨에 관광객이 붐비던 17일.삼척의 한 회센터는 호객하는 상인과 물 좋은 생선을 찾는 손님들이 뒤섞여 혼잡했다.오후 3시 30분쯤 점심 장사를 마무리한 홍모(67)씨가 허리를 두드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매일 새벽 항구 공판장에 나가 생선을 받아오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는 홍씨는 이곳에서 30년 동안 횟집을 운영했다.홍씨가 ‘자영업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세월만 수십년이다.

별 보며 일하러 나가고 달 보며 집으로 돌아온다는 말이 그의 30년을 설명한다.아침 6시 경매에서 그날 판매할 생선을 준비해놓고 홍씨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 아침 식사를 준비한다.그리고는 식당으로 나와 장사에 필요한 재료를 손질한다.11시 30분이면 점심 장사를 시작해야해 쉴 틈이 없다.영업은 보통 저녁 8∼9시에 마무리된다.

휴일은 센터 내 상인들이 함께 정한 매월 둘째주 화요일 단 하루.홍씨는 “병원 진료부터 관공서,은행 업무 처리까지 모두 이날 해결해야한다”며 “장사하려면 조금 아프다고 병원에 못 간다”고 말했다.이어 “수십년을 이렇게 살아서 힘든 줄도 모른다”고 웃어보였지만 생선을 썰며 거칠어진 두 손이 그 고단함을 대신 말했다.

인근 미용실은 회센터가 쉬는 날이면 한달에 한 번 머리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인다.이날은 상인들이 미뤄놓은 파마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히 시간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이 ‘시간빈곤’에 시달리고 있다.시간빈곤이란 인간다운 삶을 위한 충분한 휴식과 여가를 보장받지 못할 정도로 시간이 부족한 상태를 말한다.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자영업자의 주당 실근로시간은 50.5시간으로 상용근로자(44.3시간),임시근로자(35.5시간),일용근로자(37.2시간)에 비해 길다.뿐만 아니라 실근로시간과 희망 근로시간의 차이인 근로시간 미스매치는 3.8시간으로 상용근로자(2.2시간)에 비해 1.6시간 높다.

장시간 근로에 따른 시간빈곤은 숙박·음식점업,수리·기타 개인서비스업,도소매업 등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장시간 과잉근로는 근로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방해해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피로도를 높인다.한국고용정보원 관계자는 “현재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진행중이지만 이는 임금근로자들에만 적용되는 사안이다”며 “수익구조 개선을 통해 자영업자가 근로시간을 줄여 휴식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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