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신규 항공운송면허를 받은 항공사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제출한 사업계획을 어길 경우 면허취소 조치를 내릴 수 있다며 ‘군기 잡기’에 나섰다.

정부가 3개 항공사에 한꺼번에 면허를 내준 것을 두고 시장의 과당경쟁 우려와 기존 업계의 ‘인력 빼가기’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시빗거리나 논란이 없도록 관리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21일 국토부와 항공업계에 따르면 신규 항공사 3곳의 대표가 정부세종청사로 ‘호출’됐다.

대표들을 호출한 것은 국토부 항공 담당 국장이었다.

강원도 양양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은 플라이강원 주원석 대표, 충북 청주 기반의 에어로케이 강병호 대표, 인천 기반으로 중장거리 전문 항공사를 표방한 에어프레미아 김종철 대표가 국토부 담당 국장을 함께 만났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 담당 국장은 이번 면허 발급이 ‘조건부’임을 강조하며 각 항공사에 철저한 안전 관리와 사업 준비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이달 5일 신규 항공운송면허 심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 향후 1년 안에 운항증명(AOC·안전면허) 신청 ▲ 2년 이내 취항 노선허가 ▲ 3년 이상 거점공항 유지 등 3가지 조건을 달았다.

국토부 담당 국장은 세 대표에게 이 조건을 다시 환기하고 정부에 제출한 사업계획을 충실히 이행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만약 이 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사업계획을 지키지 못하면 면허취소 조치까지 내릴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국토부가 주목하겠다고 말한 분야는 최소 자본금 150억 유지 여부, 대표이사 교체, 상호 및 사업소재지 변경 등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인력 빼가기’ 우려를 고려해 조종사·정비사 등 인력충원 계획도 국토부에 매번 제출하라고 했다.

또 신생 항공사들이 예측하기 어려운 환율·유가 등 대외 리스크(위험요인)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재무능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라고 당부했다.

국토부는 작년 10월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 기준을 강화하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1년 지속되면 재무구조 개선명령을 내리고, 이후 2분의 1 이상 자본잠식 상태가 3년 이상 계속되면 면허취소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한 바 있다.

국토부는 대표 면담 이후 실무 담당자에게 이같은 세부 지침을 전달하면서 면허를 받은 항공사들이 면허 신청 시 제출한 사업계획대로 사업을 진행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초 3개 항공사에 면허가 나가자 시장에서는 국내 항공시장 규모에 비해 항공사가 너무 많아져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을 겪는 항공사가 나올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아울러 신생 항공사들이 조종·정비 등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항공사 인력을 빼갈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당시 국토부는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편익 증대 관점에서 면허를 발급했으며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 우려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신생 항공사 대표들을 직접 불러 일종의 주의를 준 것은 시장과 업계의 우려를 고려해 사업계획 변경 등 논란을 일으키지 않도록 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에 면허를 받은 항공사들은 거점공항을 둔 지방자치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지방공항 살리기 등을 약속해 심사에서 일정한 점수를 받았다. 이런 약속을 면허 발급 이후 변경하는 식의 행위가 있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신생 항공사 3곳의 진입으로 항공업계가 ‘제로섬 게임’을 하는 형태가 아닌 상생·발전하는 구조로 안정되도록 정부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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