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섭교수의 커피이야기] 18. 맥주와 커피의 자리다툼, 커피금지령
자국 맥주보호 위해 커피 금지령
맥주 폭음·비만 등 사회문제 부각
커피 각성효과 대안으로 떠올라
화학자 룽게, 카페인 추출 성공


오늘은 맥주의 나라 독일의 커피이야기다.독일에 처음 커피가 소개되었을 때는 아주 귀한 물건으로 간주되어 모든 면에서 여유로운 상류사회,귀족층에서 마시기 시작했다.차츰 확산이 되면서 일반대중,서민층이 즐기는 기호식품이 된다.프랑스의 커피가 와인과 경쟁하면서 비교적 순조롭게 자리를 찾았다면,독일의 커피는 맥주와 경쟁하면서 험난한 길을 가야 했다.

터키,영국에 이어서 독일에서도 커피 마시는 것을 금지하는 기막힌 일이 또 한 번 벌어진다.그가 바로 프리드리히 2세(Friedrich Ⅱ)다.그는 커피를 아주 좋아했던 왕으로 알려져 있다.그런 그가 커피금지령을 내려야 했던 이유는 2가지 정도로 추측이 된다.첫째는 커피를 생산해 가져올 수 있는 식민지가 없었기 때문에 커피공급이 원활하지 않았을 것이고,이에 따라 비싼 값을 치러야 했을 것이다.둘째는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자국의 맥주를 보호하고 장려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금지령에 따르면 커피를 마신 군인들 보다는 맥주를 마신 군인들이 나라를 더 잘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믿기 때문에 우리는 맥주를 마셔야 한다는 것이다.이로 인해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음성적인 방법으로 커피를 즐겼고,암거래 등 또 다른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한다.역시 물리적인 강요는 그리 오래 가지는 못 하는 거 같다.결국 18세기 중후반에 내려진 금지령은 19세기 초에 해제되고 만다.

그 동안 맥주는 독일인의 생활맥주로 자리하면서 이를 마시는 일부 사람들에게 과다한 알코올 섭취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한다.그것은 폭음과 비만이었다.폭음과 비만에서 오는 몽롱함과 나른함을 일깨워 줄 수 있는 대안이 바로 커피였을 것이다.커피에는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맑게 해주는 각성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커피의 각성효과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또 다른 부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다.머피의 법칙은 어김없이 여기에서도 적용이 된다.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나타나듯 잠 못 이루는 밤을 해결할 인물이 나타나는데,그가 바로 불면의 원인인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화학자 룽게(F.F. Runge)다.그는 1819년에 커피에서 백색분말을 분리하는데 성공하고,이를 카페인(Kaffein)이라 명명하게 된다.독일어 kaffein(kaffe+in)은 영어 Caffeine(coffee+in)으로 커피 안에 있는 혼합물질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발명품이 만들어지는데 그것이 디카페인 커피(Decaffeined coffee)다.이후 독일인들은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며 숙면을 취할 수 있었을까?최소한 위안은 되었을 것이다.사실 한때 디카페인 커피가 유행했던 시기가 있었다.디카페인 커피인 경우 거의 99%의 카페인을 제거할 수 있다.그러나 오히려 요즈음은 카페인 성분의 효능이 부각되는 시기이고,현재 독일은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어 있다.

▶ 김명섭 교수 약력△한림성심대 교수 △(사)한국커피협회 부회장 겸 바리스타사관학교 교장 △한국대학영어교육학회회장△한국중앙영어영문학회이사

▶ 밴드주소https://band.us/@coffeestor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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