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가 제법 맵지만 봄은 봄이다.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이 이상하게 울렁인다. ‘널 좋아해’ 말하고 싶고, 또 사랑받고 싶다. 벚꽃이 부리는 봄의 마법이다.

2일 여성듀오 볼빨간사춘기(안지영 24, 우지윤 23)가 공개한 새 미니앨범 ‘사춘기집1 꽃기운’은 이런 봄의 설렘을 듬뿍 담은 작품이다. 이날 오후 4시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쇼케이스를 연 두 사람은 11개월 만에 컴백한 소감과 작업 과정을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안지영은 “작년에 휴식 기간을 가졌다. 여행도 하고 취미 활동도 하며 재충전하니 이번 앨범 작업이 수월하더라”며 “오랜만에 내는 봄기운 가득한 노래를 많은 분이 좋아하시면 좋겠다. 기대 반 설렘 반이다”라고 말했다.

볼빨간사춘기는 2014년 엠넷 슈퍼스타K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당시 톱10에도 들지 못했지만, 2016년 데뷔 이후 성적은 기대 이상이었다. ‘우주를 줄게’, ‘좋다고 말해’, ‘썸 탈꺼야’, ‘여행’까지 줄줄이 음원차트를 장악했다.

이번 앨범은 사랑스러운 포크 계열 사운드로 익숙함을 준다. 앨범 제목인 ‘꽃기운’은 사춘기에 솟아나는 기운을 빗댄 말로, 데뷔 초반 감성으로의 회귀를 보여준다. 그동안 볼빨간사춘기가 잘한 음악의 연장선이다. 전체 5곡 가운데 타이틀곡은 ‘나만, 봄’과 ‘별 보러 갈래?’, ‘머메이드’(Mermaid)까지 세 곡. 모두 볼빨간사춘기가 직접 작사·작곡했다.

그중 ‘나만, 봄’은 콧소리 간지러운 안지영의 예쁜 음색이 우지윤의 어쿠스틱 기타가 어우러진 봄기운 물씬한 노래다. “나는 네 곁에 있고 싶어 딱 붙어서/ 봄이 지나갈 때까지 다른 사람 다 사라져라/ 나만, 봄”이라는 가사가 새침한 사춘기 감성을 잘 표현한다.

안지영은 “봄이 설레고 기쁜 계절이지만 누군가에겐 반복되는 일상에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계절일 수 있지 않으냐”며 “여러분의 봄이 볼빨간사춘기를 더해 특별해지면 좋겠다. 꽃기운이 가득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앨범을 낼 때마다 제기되는 ‘자기복제’ 지적에는 고개를 저었다.

“어찌 보면 매번 똑같이 느껴지는 것 자체가 저희 색깔이에요.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서 거기에 재미와 신선함을 더할 거예요. 사실 그래서 전작인 ‘여행’ 때 밴드 사운드를 도입했고, 이번에는 일렉트로닉하고 감성적인 곡을 많이 담았죠. 수록곡 ‘시애틀 얼론’은 기존 느낌과 완전히 달라요.”(안지영)

두 멤버의 색깔이 분명한 탓에 다른 가수들과 협업도 쉽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선 남성 가수의 피처링을 검토했지만, 막판에 성사되지 못했다.

안지영은 “남자분과 듀엣곡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곡을 써봤는데, 생각보다 어울리는 게 없더라. 저희 색깔이 강하다 보니 무산됐다”며 “앞으로는 피처링 없이 그냥 둘이 하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밝은 금발이 트레이드 마크인 안지영은 잦은 염색에 두피가 상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사실 두피가 굉장히 아프긴 하다”며 “검은 머리를 했을 때도 나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봄 느낌에 맞게 화사하고 밝은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활동 목표는 높게 잡았다. 안지영은 신곡이 봄마다 음원차트에서 부활해 저작권료를 안겨주길 바란다는 의미에서 “연금송을 노려보겠다”고 했다가, “너무 야망 있어 보일 듯하다. ‘봄 적금송’이면 좋겠다”고 정정했다.

우지윤은 ‘나만, 봄’이 음원차트 1위를 하면 꽃이 핀 곳에서 버스킹을 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면서 “많은 곡을 사랑해주셔서 부담되지만 이제는 부담을 즐길 때”라며 “1위 할 때마다 선물 받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도 선물을 주신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말했다.

볼빨간사춘기 신보는 이날 오후 6시 공개된다. 이들은 다음 달 4∼5일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콘서트 ‘꽃기운’으로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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