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섭 고성시민포럼 대표

▲ 신창섭 고성시민포럼 대표
▲ 신창섭 고성시민포럼 대표

임시 주거시설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도 지쳐가고 있다.언제쯤 이곳을 떠나 집근처 임시거처에라도 갈지 아직은 명확하지 않다.언론보도의 속도만큼,행정의 발표만큼 일이 시원스럽게 처리될 것 같지 않다는 속에 장기전에 임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이번 고성산불의 피해대책과 관련해서 분명하게 해야 할 사안이 있다.모든 재난이 고통스럽고 개별적인 특성이 있는 만큼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뒤따라 하지만 산불재난은 다른 재난과 성격상 더 참혹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다.그날 악마처럼 닥친 불길을 피하느라 입던 옷 그대로 피난 나온 이재민들은 그 모습이 전부다.가지고 나온 것이 전무하고,남아있던 가재도구를 비롯해 모든 게 모두 불탔다.잿더미로 변한 집에서 건질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다.집 뿐만 아니라,펜션도 공장도 울창한 숲도 모두 검은 재로 죽었다.잠시 짬을 내서 불탄 집에 가보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용케 살아남은 강아지만 암흑으로 변한 집을 지키고 있고 하루 한차례 유령의 집에 들러 강아지 밥을 주는 게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고 실의에 찬 할머니는 절규한다.시커멓게 변한 집과 주변이 정리되지 않는 한 새롭게 시작할 방법이 없다.

이 같은 화마로 인한 재난의 특성을 기초로 해서 정부의 고성산불 피해보상 대책도 수립돼야 한다.지금 재난피해 보상규모는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현실성도 떨어진다.보상금액도 그렇고,범위도 매우 경직되어 있다.이 기회에 손을 봐야 한다.특례법을 만들어 실질적인 보상이 가능하도록 결단을 내려야한다.그 같은 법적 기반위에서 다양한 지원책이 뒤따라야만 이재민들에게 그나마 최소한의 재기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이를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고 정치권도 여기에 부응해서 이재민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제공해야 한다.

수려한 산천이 자원이었던 고성은 상대적으로 다른 물산이 부족하고 열악한 지역이다.이번 산불로 청정지역의 가치를 많이 잃었고 이는 앞으로 이 지역발전에 큰 짐이 될 것이다.이번 산불 지역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청정 녹색허브의 역할을 했던 점을 상기하고자 한다.어떻게 보면 이번 산불로 우리 국민들의 소중한 녹색 휴양지를 상실했다고도 볼 수 있다.공동체 붕괴까지 이를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지역에 제대로 된 복구책이 제시돼야 한다.황폐한 지역으로 방치할 수는 없다.

이재민들의 답답함은 분노로 옮겨갈 태세다.광야에 서 있는 이재민들이 복구와 재기가 가능하도록 신속하고도 합당한 보상을 촉구한다.지금 고성은 울고 있다.사람도 울고,강아지도 울고,산천도 울고 있다.불 탄 지역에 인생에 새로운 희망이 서식되도록 정부와 정치권의 구체적인 실행을 바란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