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욕심에 파괴되는 정글, 위협받는 ‘숲속의 인간’
한반도 3.4배 보르네오 섬
1960년대 무분별한 벌목
1970년대 이주정책 장려
산림황폐·야생동물 희생
오랑우탄 멸종위기 내몰려
오랑우탄을 만나려면 1000㎞를 동쪽으로 이동해야 했다.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는 한반도의 3.4배에 달해 만만치 않은 거리다.마하캄 강유역을 답사하는 등의 육로 여정을 통해 숲속의 인간이라 불리는 오랑우탄이 왜 멸종 위기에 몰렸는지 알았다.이는 한마디로 오랑우탄이 사는 정글의 급격한 감소 때문이었다.즉,지금은 엄격히 규제하고 있지만 1960년대 이후 정글에서 잘려 나온 나무들을 하류로 나르기 위해 보르네오의 강들은 나무로 가득했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또 1970년대 정부는 보르네오의 자국 영토를 칼리만탄이라 부르는 이곳 정글을 인구밀도가 높은 자바 등지의 농민들에게 토지를 분배하는 이주정책을 채택한다.그러나 이들은 말라리아병과 험한 개척에 시달리고,본래 이곳에 살던 다약 족과의 갈등으로 이주민의 약 70% 이상은 정착에 실패하고 자기 고향으로 돌아간다.동시에 팜유를 얻기 위해 생물다양성이 갖춰진 정글을 대규모 단일 팜나무 농장으로 바꾼다.여기에 1997년 건조기와 엘니뇨 현상이 겹쳐 일어난 대형 산불은 동남아의 매연이라 불릴 정도로 짙은 검은 구름과 매연이 발생하는 등 환경재앙으로 번졌다.이 산불로 엄청난 산림황폐와 야생동물이 희생되었다.오랑우탄도 예외는 아니었다.이러한 절망적인 재앙은 말레이시아에 GDP 0.3%의 손실을 줄 정도였다.
이른 아침,칼을 허리에 찬 정글안내인 후딘이 기다리고 있다.우리는 오랑우탄을 보기 위해 소리를 죽이며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도중에 만난 정글 연구팀은 오랑우탄은 열매가 풍부한 4~8월 사이에는 쉽게 볼 수 있지만,지금 그들을 만나는 일은 행운이라 했다.그리고 큰 원숭이인 오랑우탄은 꼬리가 없고 상대적으로 긴 팔을 지니고 있다.수컷은 교미만 하고 무리를 떠나 다른 암컷을 찾아 간다고도 했다.그래서 어미와 새끼는 늘 함께 지내며,임신기간은 9개월 10일로 사람과 비슷하다.또한 오랑우탄은 높은 나뭇가지 위에 거의 매일 새집보다 크게 집을 짓고,그곳에서 밤을 보내고 이동한다.높은 나뭇가지 위의 큰 둥지는 새집이 아니라 그들의 보금자리였다.
앞서 가던 후딘이 오랑우탄을 찾았다고 달려온다.30m 이상의 높은 가지에 매달린 갈색 털에 검은 얼굴의 어미와 새끼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잽싸게 나무사이를 이동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뭇가지나 잎 등에 가려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았다.나무 꼭대기에 사는 그들은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나무 위의 또 다른 인간이었다.왕성한 그들의 움직임에 뛰는 가슴을 안고,그들과 헤어질 시간임을 느꼈다.
전운성 강원대 농업자원경제학과 명예교수
△강원대 농학과 졸업△고려대 농경제학 석사△일본 큐슈대학 농경제학 박사△전 한국농업사학회 회장△전 미국 예일대학 농민연구소 객원교수△전 강원대 농촌개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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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섭
kees26@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