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학생 수업중 긴급 대피 소동
준공 1년된 춘천시청사도 흔들려
산불 이재민 재해 두려움에 떨어

▲ 19일 오전 11시 16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강릉역에서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구정민
▲ 19일 오전 11시 16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규모 4.3의 지진이 발생한 가운데 강릉역에서 관광객들이 스마트폰으로 관련 뉴스를 확인하고 있다. 구정민

“‘쿵~쾅’하는 소리에 산불 보다 더 한 공포를 느꼈어요.”

19일 동해안 산림을 초토화시킨 대형산불이 발생한지 보름 만에 역대급 지진까지 공습하자 지역주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혹시모를 여진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날 오전 11시 16분 동해시 북동쪽 54㎞ 해역에서 발생한 규모 4.3 지진은 강릉,동해,속초 등 동해안 지역뿐 만 아니라 춘천과 서울에서도 흔들림을 느낄 정도로 역대 최대규모였다.특히 학교 현장은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큰 진동이 감지되자 교사들과 학생들은 수업을 중단하고 일제히 교실 밖으로 긴급대피하는 소동을 빚었다.지진 발생시간대 급식을 준비하던 동해시 일부 초등학교 학생들은 음식을 남겨둔 채 황급히 밖으로 뛰쳐 나왔다.

강릉지역 한 교사는 “칠판과 책상이 심하게 흔들리고 곳곳에서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동해지역 한 교사는 “수십년을 인근 지역에 있었지만 처음으로 느껴보는 큰 진동이었다”고 말했다.긴급대피 학생과 교사들은 30분 정도가 지나서야 추가 여진 등의 피해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교실로 복귀했다.학부모들에게는 자녀들의 안전과 정상수업 진행을 안내하는 알림문자를 보내기도 했다.

강릉시내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18층 강릉시청사에 근무하는 공무원들도 심한 흔들림을 감지했다.강릉시의 한 공무원은 “마치 육중한 물체가 옆에서 시청 건물을 심하게 박은 듯한 흔들림이 느껴졌다”며 “이렇게 심하게 진동을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아찔했던 순간을 표현했다.

강릉시 교1동 심모(75)씨는 “갑자기 아파트가 요동치는 느낌이 들더니 식탁 위의 컵이 굴러 떨어졌다”며 “불현 듯 아파트가 무너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119에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강릉시의회에서는 본회의에서 추경예산설명이 끝난 뒤 곧바로 건물이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지자 회의에 참석했던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무슨 일이야”하며 웅성이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산불피해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동해시민들은 가족과 자녀들에게 안부전화를 분주히 돌리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었다.고성·속초산불로 집을 잃고 LH속초연수원에서 임시 거주중인 안병용(36)씨는 “시뻘건 불길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대피소 건물이 흔들리는 지진까지 느껴져 자연재해의 무서움을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지진의 충격은 진앙지에서 210㎞ 가량 떨어진 춘천시청사까지 흔들었다.

준공된지 불과 1년된 신축건물인 춘천시청사 7층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컴퓨터로 업무를 하고 있는데 순간적으로 책상의 울림이 감지돼 깜짝 놀랐다”며 “많은 직원들이 지진을 느끼고 사무실로 나와 놀란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한편 이날 오후 5시까지 도 전역에서 119에 접수된 지진 유감신고는 104건에 달했지만 다행히 피해신고는 접수되지 않고 있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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