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22일 한국당 제외 여야 4당의 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합의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한국당을 ‘겁박’하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하고 국회 일정 전면 거부 등을 포함한 총력투쟁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4당의 합의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선거제와 공수처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순간 20대 국회는 없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의회 민주주의가 조종(弔鐘·죽은 사람을 애도하는 뜻으로 치는 종)을 울렸다고 생각한다”며 “선거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패스트트랙에 태우겠다는 것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말씀하신 ‘21대 국회 260석’을 위해 실질적인 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좌파 장기 집권 플랜이 시동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의회 민주주의를 그만하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저희는 앞으로 패스트트랙 모든 움직임에 대해 철저히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일단 23일 오전 9시로 예정된 원내대표 주재 상임위 간사단 회의를 ‘패스트트랙 저지 대책회의’로 변경해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전 10시에는 의원총회를 열고 4당에 대한 규탄과 함께 패스트트랙 저지 방안에 대한 의원들의 총의를 모은다.나 원내대표는 전체 의원에게 문자를 보내 “비상상황임을 감안해 한 분도 빠짐없이 참석하라”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 역시 의총 참석을 위해 23일 예정된 대구 방문 일정을 연기했다.

당 관계자는 “(10시로 예정된) 바른미래당 등의 의원총회 상황을 보면서 대응 방향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는 여야 4당이 개혁법안들을 실제 패스트트랙에 올릴 경우 이를 저지할 실질적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고민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이 패스트트랙을 타려면 각각 18명인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에서 재적 위원 5분의 3인 11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은 6명, 사개특위는 7명에 그친다.

나머지 4당 위원이 모두 합의하면 한국당과 관계없이 11표가 채워지는 것이다.

본회의 단계에서도 여야 4당의 의석수가 177석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 만큼, 한국당으로서는 여론전 외에는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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