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과 한국 영화의 진화”

▲ 봉준호 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4.22
▲ 봉준호 감독이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4.22

“한국관객들이 봐야만 뼛속까지 100% 이해할 수 있는 디테일이 곳곳에 있는 영화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자신의 새 영화 ‘기생충’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22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봉 감독은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 소감으로 “언제 가든 설레고 긴장된다”며 “가장 뜨겁고 열기가 넘치는 곳에서 고생해서 찍은 영화를 선보이게 돼서 그 자체로 기쁘다”고 말문을 열었다.

봉 감독은 “이 영화는 한국적인 작품으로, 칸의 관객은 100%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봉 감독은 “모순되는 이야기지만, 부유한 가정과 그렇지 않은 가정의 극과 극의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이어서 영화가 시작되면 1분 이내에 외국 관객에게도 파고들 수 있는 내용”이라며 “외국 관객도 한국관객 못지않게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워낙 어마어마한 감독들이 (경쟁부문에) 포진해 있어서 수상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배우들의 수상 가능성은 높다”고 웃었다.

‘기생충’은 전원 백수인 기택네 장남 기우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 사장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벌어지는 예기치 않은 사건을 그린 ‘가족 희비극’이다.

봉 감독의 페르소나 송강호를 비롯해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등이 출연한다.

봉 감독은 “영화에 기생충이 나오지는 않는다. 모든 인물도 위생적으로 완벽하다”며 “영화를 보고 나면 ‘기생충’의 뜻을 추측해볼 수 있는 영화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쑥스럽다”라고 웃었다.

그는 “2013년 겨울, 지인에게 이 영화 이야기를 처음 했었다. 두 가족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 ‘일상에서 전혀 마주칠 않는 것 같지 않은 두 가족이 만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구상에서 출발했다. 처음에 가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떠올렸다.

영화에서 극과 극에 있는 두 가족의 모습은 크기부터 상반되는 이들의 집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봉 감독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데 마주치는 일이 별로 없다.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것은 아니지만 암묵적으로 공간이 나뉘어있다”며 “그 두 공간의 대비가 필요했다. 영화에서는 그 크기 차이가 더 극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가 훌륭한 면이 있다면 배우들로부터 나온다. 모든 배우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화학 작용을 하며 톱니바퀴처럼 굴러간다”며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기생충’으로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는 다섯 번째, 이선균은 두 번째, 최우식은 세 번째로 칸을 찾는다.

봉준호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송강호는 그와 ‘설국열차’ 이후 6년 만에 호흡을 맞춘 데 대해 “매번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 있는 영화를 만들면서 꾸준히 도전하는 분이다. ‘기생충’은 ‘살인의 추억’ 16년 후 봉준호 감독과 한국 영화의 진화를 보여준다”며 “봉 감독을 안 지 20년 됐는데, 그가 추구하는 작품 세계가 감탄스럽다. 작업할 때도 즐기게 된다”고 말했다.

칸 진출에 대해 송강호는 “제가 칸에 갔던 작품들이 경쟁부문에서 여우주연상과 심사위원상을 받았다”며 “그 전통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봉 감독도 송강호와의 호흡에 대해 “지난 17년 동안 4편의 작품을 송강호 선배와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강호 선배와는 더 과감해질 수 있고 더 어려운 시도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며 “축구에서 메시나 호날두가 작은 몸짓으로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는 것처럼 영화 전체의 흐름을 규정해버리는 강호 선배의 위력을 확인했다”고 치켜세웠다.

이번이 봉준호 감독과의 첫 작업인 이선균은 “제안을 받았다는 것이 마치 대학교 입학할 때처럼 흥분됐다”며 “감사 인사를 많이 했는데 대본을 봤더니 생각보다 분량이 많지 않아서 리액션이 과하지 않았나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기택네 장남 기우 역을 맡은 최우식은 “가족끼리 항상 같이 나오는 장면이 많아서 준비했는데, 현장에서 워낙 재밌게 가족같이 잘 지냈다”고 돌아봤다.

기택의 딸인 기정은 박소담이 연기한다. 그는 “송강호 선배님 딸로 나온다고 해서 그 부분부터 끌렸다”며 “엄마, 아빠, 아들, 딸 이렇게 같은 구성원의 두 가족이 만나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삶을 보여준다는 자체가 놀라웠다”고 영화 참여 소감을 밝혔다. 영화는 다음 달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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