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장의 달력을 넘기면서 5월이 왜 계절의 여왕인지 알겠다.거의 하루건너 하루 꼴로 기념일이 빼곡하게 차 있다.오늘(1일)은 노동자의 권익과 복지,노동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근로자의 날이다.어린이 날(5일)과 어버이 날(8일),부부의 날(21일)도 들어 있다.부모와 자식,부부의 관계를 생각하고 공동체의 근간을 이루는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

가정이 소중하지만 언제나 그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는 없다.태어나 한 인격체로 성장하는데 가정만큼 소중한 것이 스승이다.학교에서뿐만 아니라 세상에서 만나는 모두가 스승이다.누구를 만나든 어떤 형태로든 가르침을 주고 성인으로 성장해 가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15일은 가르침의 의미를 생각해보는 스승의 날이다.만 19세면 성인으로 인정받게 되는데,매년 5월20일을 성인의 날로 기념한다.

이달은 봄과 여름의 경계이기도 하다.닷새 뒤면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다.천지의 초록은 농도를 더해가고 꽃은 피고 또 지며 절정의 화려를 뽐낸다.무채색의 마지막 외투를 벗어던지고 밝고 가벼운 옷으로 털갈이를 하는 때다.자연도 사람도 이제는 더 이상 지난 계절의 흔적을 감춰둘 수 없게 되는 마지노선이다.5월은 그 이름만 들어도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다.

이 5월은 저절로 온 것은 아니다.지난겨울의 긴 터널을 지나고 봄을 거치는 동안 곡절이 있었고 고비를 넘어야 했다.혹한의 겨울이 없었다면 이 5월의 눈부심도 없었을 것이다.봄은 왔는가하면 뒤돌아 서 있고,아직 겨울인가 하면 다시 봄이곤 했다.그 일진일퇴가 없었다면 5월이 어찌 이토록 빛날 수 있었으랴.굳이 화려한 수사(修辭)가 아니더라도 온몸으로 흠뻑 느낄 수 있는 것이 5월이다.

지금 5월은 온 세상에 공평하다.자연은 가혹하게 공평하고,때론 공평해서 가혹하다.고성과 속초,강릉과 동해,인제에서 산불이 난 지 한 달이 다 돼 간다.그 불탄 자리에도 5월은 공평하게 당도했을 것이다.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앞날이 걱정인 이재민들이 많다고 한다.그래도 용기를 잃지 말길 바란다.이 5월의 햇살이 이재민들에게 예외 없이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소망한다.

김상수 논설실장 ssookim@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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