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해체,우리는 행복한가] 1. N포세대의 절규
연애·결혼·출산 ‘3포’ 옛말
취업·내집마련·인간관계 등
수많은 가치 포기 ‘N포 세대’
1인 가구 증가 이어 가족 단절
“가족구성 사회적 지원책 시급 ”


가족이 붕괴되고 있다.산업화 시대를 이끌던 베이비부머들의 은퇴시기와 맞물려 가족형태도 급속히 변질되고 있다.생활고로 부모를 사실상 요양원에 방치하는 ‘신고려장’이 등장하고 청년들은 수많은 희망을 포기하는 ‘N포세대’로 전락했다.아이들은 사회 밖으로 내몰리고 농촌에서 어렵게 꾸린 다문화가정도 해체 위기에 놓였다.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의 해체,우리는 행복한가’를 5회에 걸쳐 보도한다.


1. N포세대의 절규

서울 노량진 고시원에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던 김진규(28·가명)씨는 2년전 춘천으로 자리를 옮겨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김 씨는 “오랜 시험준비로 사회생활을 못하다보니 자신감도 떨어져 취업을 포기한 상태”라며 “가족이나 친구와도 연락을 거의 끊고 살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원주에 정착한 박미희(27·가명)씨도 창업 실패 후 관련직종에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박 씨는 “매년 직장이 바뀌다보니 이사도 잦아지고 그러다보니 모아놓은 돈도 거의 없어 결혼이나 연애는 포기한 지 오래됐다”며 비혼을 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희망을 꿈꿔야할 청년들의 ‘포기’가 크게 늘었다.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 세대는 이미 옛말이 됐고 취업,내집마련,인간관계,꿈,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세대’가 신조어로 등장한 지 오래다.그만큼 청년들이 살기 힘든 시대가 됐다.청년들이 수많은 가치있는 것들을 포기하는 동안 ‘1인 가구’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강원도를 비롯한 전국적인 1인가구 통계에서도 30대 1인가구 변화추이는 뚜렷하다.통계청이 발표한 시도별 1인가구 현황에 따르면 도내 30대 1인가구수는 2005년 1만5743명에서 2010년 1만9118명,2017년 2만2143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여기에 지난해 도내 혼인건수(6994건)가 사상 처음으로 7000건을 밑돌면서 비혼족도 급증하고 있다.

‘N포세대’의 확산은 단지 청년들의 사회적 문제만으로 끝나지 않는다.가족의 한 구성원인 청년의 포기는 한 가족의 해체로 이어지고 세대간의 단절로 진화된다.결혼을 포기한 최수진(34·가명)씨는 “서로의 처지가 안타까워 가족들과 만나지 않은지 여러해가 지났고 가끔 전화로 안부만 묻는다”고 푸념했다.가족들이 서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선택한 단절은 가족해체의 대표적인 단면이다.김여진 강원대 사회학과 교수는 “본인이 추구하는 삶의 질과 경제적 문제가 부딪치며 가족구성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사회시스템적으로 가족구성을 위한 지원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김호석 kimhs86@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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