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창 성 경제부장

 조흥은행 노동조합이 지난 18일 오전 전격적으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조흥은행 강원본부를 비롯 도내 30개 지점은 사흘째 정상영업이 마비된 상태다. 춘천과 태백지역의 11개 지점은 아예 문을 닫았다.
 총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는 정부측의 지분매각에 반대하며 강경투쟁을 선언했고 정부는 이에맞서 금명간 조흥은행의 매각문제를 완전히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조흥은행 노동조합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9일 전체회의에서 조흥은행 매각을 결의하자 파업 장기화 등 현상황이 파국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대검찰청은 파업 지도부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고 불응할 경우 체포영장을 청구, 검거하기로 했다.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은행은 예금인출로 일시적이지만 유동성 위기가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일선 지점망의 파행 영업도 계속되며 고객불편이 커지고 있다.
 조흥은행의 앞날을 예단하기는 힘들다. 정부, 조흥은행, 신한지주금융은 최근 합병이후를 대비, 조흥은행과 신한은행 양측의 입장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흥은행장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대등한 합병을 비롯 합병은행 명칭 '조흥' 사용과 조흥직원의 고용보장 등 5~6개의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그러나 신한측은 직원들의 일정기간 고용보장은 검토할 수 있으나 명칭사용 등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신한측은 인수후 조흥은행을 2년동안 신한지주의 자회사로 두고 합병은행 이름은 추후 논의하자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금융계는 정부가 막후협상을 통해 조흥은행과 신한지주 경영진의 이견을 중재하고, 이 내용을 가지고 조흥은행 노조를 설득해 파업을 풀도록 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흥은행은 지난 97년 IMF 환란으로 경영위기를 맞은 강원은행과 99년 9월 합병하며 강원도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합병후 출범한 조흥은행 강원본부는 향토은행이었던 강원은행을 대신해왔다. 당초 도민들의 우려를 잠재우고 지난 70년 창립이후 지역경제와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온 강원은행의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며 도민들의 기대에 부응해왔다. 도내 전역에 30개의 지점망을 운영하며, 도출신의 300여 금융인들이 도민들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가계와 기업금융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도연고 은행으로서 장학과 체육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펼치며 지역은행으로서, 조흥은행은 도민과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왔다.
 정부측의 조흥은행 정부지분 매각에 이어 조흥은행과 신한은행의 합병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조흥은행 금융점포의 대규모 축소와 도출신 금융인들의 대량 실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도민들이 그동안 누려오던 다양한 금융 서비스도 상대적이지만 적게 받을 것이 분명하다.
 가계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지원은 그 양(量)이 축소되고, 질(質)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흥은행 강원본부가 제공했던 수익환원 차원의 다양한 서비스도 못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강원도민들은 지난 99년 향토은행인 강원은행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오늘, 도연고 은행인 조흥은행과 조흥 강원본부를 잃게 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의 조흥은행 정부지분 매각과 노조측의 총파업 등을 바라 보며 도민들이 착잡해 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향토은행인 강원은행에 이어 그 맥을 이어온 도연고 은행인 조흥은행의 매각은 이런 점에서 강원도민들에게 뼈아픈 현실이다.
남궁창성 cometsp@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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