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옥

식탁에 앉아 가을을 먹는다

큰 숨 한번 내뱉지 않고 식사를 마친다

같은 밥을 먹어온 저녁 혈통이 다른 너는

냄비 속 찌개 염도만 맞추며

끓는 점이 같기를 바라는 마음 뿐일 것이다

너는 내게 등을 보이며 잠을 청한다

억새꽃 핀 그 등 뒤에서 나는 고슴도치가 적을 만난 듯

웅크린 몸으로 잠을 청할 때

내 마음 한 자락 끼워 넣고 이끼 능선을 넘어온 길

가슴이 뻐근해 진다

텔레비전을 켤까? 너는 숨죽이고 꿈을 부르는지

아무 대답 없을 때

나는 일상인 듯 혼자 담을 쌓아 땅콩 집을 짓다가 허물다가

나도 어둠 뒤 태양을 만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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