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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단상] 무량한 가르침과 환한 미소 - 설악 무산 대종사를 기리며

법검 우송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데스크 2019년 05월 16일 목요일
법검 우송 신흥사 주지
법검 우송 신흥사 주지
설악 무산 큰스님을 보내드린 것이 엊그제 같은데 오늘,어느덧 1주기 다례재를 봉행하게 되니 세월의 무상함을 절감하게 된다.비록 큰스님께서는 우리 곁에 안 계시지만,스님께서 생전에 보여주신 행적과 환한 미소는 여전히 설악산을 가득 채우고 있다.스님께서 신흥사 조실과 종단의 원로의원을 역임하시면서 보여주신 사사봉공의 승가정신과 종단을 위하는 애종심은 너무 크고 빛나서 지금도 감히 필설로 다 헤아릴 수가 없다.특히,백담사와 낙산사의 백년 중창을 일거에 성취하시고 신흥사 향성선원,백담사 무금선원,조계종기본선원을 개원해 일대 선풍을 일으키신 공덕은 후학들과 대중들의 마음에 길이 남을 것이다.또 이러한 스님의 공덕으로,설악산문 슬하의 우리 사부대중은 무한한 자부심과 애종심을 갖고 더욱 힘을 내 정진할 수 있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살아생전 나를 비롯한 제자들을 단 한 번도 속인 적이 없다.속은 것이 있다면 제자들이 자기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자신한테 속은 것뿐이다.스님은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씀하셨고,그것을 향해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하셨다.일문이 열리면 백문이 열리듯이,이치를 깨쳐 다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셨다.큰스님의 법문이 승속 구분 없이 대중들에게 큰 감화를 준 것은 바로 스님의 이러한 진정성과 진솔함 때문이었다.스님께서는 겉으로는 엄해 보여도 결코 칭찬에 야박하지 않으셨다.스님께서 지시하신 일들을 원만히 처리하고 전화로 결과를 보고 드릴 때면 늘 “고맙다”라거나 “애썼다”라고 짧게 말씀하셨다.그러나 스님의 이 짧은 말씀을 듣고 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났다.나를 포함한 스님의 제자들은 이 짧은 말씀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스님의 칭찬은 생명을 살리는 큰 가르침이었다.

스님께서는 수행자가 지닌 천애의 외로움을 갖고 계셨지만,이 외로움을 뛰어넘는 활달함 또한 지니고 계셨다.그러하셨기 때문에 속인들의 외로움까지도 잘 헤아려 늘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고,당신을 닮은 활달한 문인들을 존중해주셨다.스님이 입적하신 뒤 문단이 적요해진 것 같다는 얘기들이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하지만,스님께서 아무리 외로움과 활달함을 겸수한 도인이라 하셨더라도,스님의 시에 나오듯이 삶이 지닌 아지랑이와 같은 속성에는 쓸쓸함과 허망함을 감추지 않으셨다.스님께서 입적하시기 전 마지막 부처님오신 날을 보내실 때,스님께서는 유독 이 쓸쓸함과 허망함을 드러내 보이셨다.나는 스님의 손을 잡아드리면서 “큰스님.큰스님 말씀대로 삶이 본래 허망한 것이고,끝까지 외롭게 가는 게 수행자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이 말씀을 드리고 난 뒤 스님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삶의 무상함과 외로움이 밀려올 때 큰스님께서 남겨주신 무량한 가르침과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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