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검 우송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 본사 신흥사 주지
스님께서는 살아생전 나를 비롯한 제자들을 단 한 번도 속인 적이 없다.속은 것이 있다면 제자들이 자기의 마음을 어쩌지 못해 자신한테 속은 것뿐이다.스님은 항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말씀하셨고,그것을 향해 최선을 다하라고 독려하셨다.일문이 열리면 백문이 열리듯이,이치를 깨쳐 다 이해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셨다.큰스님의 법문이 승속 구분 없이 대중들에게 큰 감화를 준 것은 바로 스님의 이러한 진정성과 진솔함 때문이었다.스님께서는 겉으로는 엄해 보여도 결코 칭찬에 야박하지 않으셨다.스님께서 지시하신 일들을 원만히 처리하고 전화로 결과를 보고 드릴 때면 늘 “고맙다”라거나 “애썼다”라고 짧게 말씀하셨다.그러나 스님의 이 짧은 말씀을 듣고 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생겨났다.나를 포함한 스님의 제자들은 이 짧은 말씀을 듣기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왔다.스님의 칭찬은 생명을 살리는 큰 가르침이었다.
스님께서는 수행자가 지닌 천애의 외로움을 갖고 계셨지만,이 외로움을 뛰어넘는 활달함 또한 지니고 계셨다.그러하셨기 때문에 속인들의 외로움까지도 잘 헤아려 늘 따뜻한 위로를 아끼지 않으셨고,당신을 닮은 활달한 문인들을 존중해주셨다.스님이 입적하신 뒤 문단이 적요해진 것 같다는 얘기들이 들려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하지만,스님께서 아무리 외로움과 활달함을 겸수한 도인이라 하셨더라도,스님의 시에 나오듯이 삶이 지닌 아지랑이와 같은 속성에는 쓸쓸함과 허망함을 감추지 않으셨다.스님께서 입적하시기 전 마지막 부처님오신 날을 보내실 때,스님께서는 유독 이 쓸쓸함과 허망함을 드러내 보이셨다.나는 스님의 손을 잡아드리면서 “큰스님.큰스님 말씀대로 삶이 본래 허망한 것이고,끝까지 외롭게 가는 게 수행자 아니겠습니까”라고 말씀드렸다.이 말씀을 드리고 난 뒤 스님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껄껄 웃었다.삶의 무상함과 외로움이 밀려올 때 큰스님께서 남겨주신 무량한 가르침과 환한 미소를 떠올리면 또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큰 힘이 생겨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