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시에는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한옥마을이 있다.매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700여채가 밀집한 한옥마을 찾고 있어 지역의 최대 효자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전주 한옥마을이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된 것은 을사늑약(1905년)이후로 알려져 있다.1911년 전주읍성의 남문을 제외하고 모든 성곽이 철거되면서 일본인들이 성안으로 거주지를 옮기자 일본인 주택에 대한 대립의식과 민족적 자긍심이 있던 지역민들이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서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이 지금과 같은 온전한 형태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향이 컸다.한옥마을 옆에 놓인 철길을 따라 기차를 타고 가던 박 전 대통령이 우연히 한옥마을의 아름다운 광경을 목격하고 “이 공간을 지켜야 한다”고 지시하면서 보존을 위한 각종 규제가 생겼다고 한다.그 공간 속에 살던 이들은 삶에 불편함을 주고 재산가치를 높이지 못하는 규제에 반발했지만 30여년 뒤에는 전국적인 명소로 바뀌는 반전이 일어났다.

춘천의 관료와 부호들이 주로 거주하던 춘천 소양로에는 전주 한옥마을과 비슷한 형태의 ‘기와집골’이 형성돼 있다.초가집이 대부분인 시절부터 기와집이 밀집한 부촌이었다.최수종과 이승연, 배용준이 출연한 KBS 드라마 ‘첫사랑’의 촬영지이기도 하고 한류를 일으킨 인기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이 살던 집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떠나면서 골목집들은 폐허가 됐고 기와집골 주변 산동네는 연탄봉사 단골 지역으로 하락했다.

이런 기와집골이 조만간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재건축정비사업조합이 최근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계획대로 진행되면 몇년내 기와집골 터에는 수십층 높이의 고층아파트가 들어설 것이기 때문이다.춘천시와 주민들은 지난해 이 곳을 전주 한옥마을처럼 지역의 상징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도시재생사업을 논의했지만 비용분담과 사업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여 흐지부지해지고 말았다.기와집골에 사는 주민들의 어려움을 이해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춘천의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

진종인 논설위원 whddls25@kado.net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