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초대 민선지사 당선
4·19, 5·18 등 현대사 풍파겪어
60년대 3선개헌 반대투쟁 주도
대한민국 청렴정치인 대상 수상

▲ 박영록 전 지사가 초대민선지사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 박영록 전 지사가 초대민선지사로 활동하던 당시 모습.
청백리의 표상으로 널리 알려진 박영록 전지사가 별세했다.

박 전지사는 원주시의원을 지낸 뒤 1960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초대민선지사에 당선됐다.39세의 나이였다.그러나 이듬 해 5·16 군사쿠데타로 공직을 떠나야했다.박 전지사는 이후 1963년 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원주·원성구에 출마 당선됐다.이어 7대와 9,10대의원을 지내며 4선의원을 역임했다.

박 전지사의 정치역정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1960년 4·19 혁명 당시 군용차에 올라가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던 청년 박영록은 6,70년대 한국정치의 중심에서 활동했고 신군부의 탄압을 감내해야했다.초대 민선지사시절 김대중 전대통령이 인제에서 당선된 후 나눈 인연으로 김 전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맺었다.1969년 3선 개헌 반대투쟁 당시 사상계 대표를 지낸 장준하 전의원와 함께 신민당의 원외투쟁을 주도했으며 김대중 전대통령,김영삼 전 대통령,이철승 전 의원과 함께 1970년대 40대 기수론을 주도했다.이후 신민당 부총재, 평민당 부총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 박영록 전 지사(사진 왼쪽 네번째)가 2014년 10월17일 역대 도지사 초청 도정설명회에 참석했다.
▲ 박영록 전 지사(사진 왼쪽 네번째)가 2014년 10월17일 역대 도지사 초청 도정설명회에 참석했다.
1965년에는 일본 방문길에 개량 볍씨를 들여와 농촌진흥청에 기증해 다수확 ‘유신벼’의 원종으로 삼게 해 보릿고개를 없애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1970년 국회의원 자격으로 방문한 독일에서 당시 중앙정보부 눈을 피해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잠입,마라톤 승리자 기념비에 새겨져 있던 손기정(SON)의 국적 ‘JAPAN’을 ‘KOREA’로 바꿔 전 세계적인 집중을 받기도 했다.

시련도 계속됐다.1980년 집권한 신군부는 박 전지사를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끌고 가 당시 시가 6000만원 남짓의 임야를 18억원으로 둔갑,부정축재자로 낙인찍었다.그 임야는 이봉창 의사 등 순국열사의 애국공원을 만들기 위해 8년간 세비를 아껴 구입한 것이었다.박 전지사는 신군부에 맞서 납세 거부운동을 하다 단전단수 조치, 가택연금까지 당했다.‘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지난 2009년 ‘전두환 군부의 가혹행위 및 재산 강제 헌납행위’에 대해 “국가는 강제헌납토록 한 재산을 반환하고 피해에 대해 적절한 구제조치를 취하라”고 권고했다.그러나 이 권고는 국회까지 나섰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다.

▲ 박영록 전지사의 초대민선 지사시절 활동모습
▲ 박영록 전지사의 초대민선 지사시절 활동모습
박 전지사는 청백리의 대표적인 인물로 널리 알려져있다.민선 지사 취임 당시 관용차를 모두 도청 차고에 두고 도시락을 싸서 도보로 출퇴근했다.현역에서 물러 난 뒤 극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 40여년 동안 살던 집이 공매처분을 당했고 2003년 이후 서울 삼선동의 한 골목에서 1.5평짜리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이 과정에 대한민국 청렴정치인 대상 시상위원회가 지난 2007년 박 전지사에게 청렴정치인 대상을 수상,1억원의 상금을 전달했다.박 전지사는 이 마저도 청렴정치 실천운동과 통일운동에 사용했다.전·현직 국회의원 40여명이 작은 임대주택이라도 마련하라고 3000여만원을 모아 전달했지만 성금과 연금 등을 집에 들이지 않았다.그러면서도 늘 “나는 행복하다”는 말로 주위를 숙연하게 하기도 했다.박 전지사는 2년전 타계한 부인 고(故) 김옥련 여사의 간병을 위해 컨테이너 생활을 접고 지난 2014년 원주 아들집으로 돌아왔다.

▲ 박영록 전지사가 6대 국회의원 활동당시 신옥철 전의원과 함께한 사진.
▲ 박영록 전지사가 6대 국회의원 활동당시 신옥철 전의원과 함께한 사진.
생활고 속에서도 박전지사의 사회봉사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박 전지사는 그동안 범민족화합통일운동본부총재와 남북통일 임시정부수립 범민족준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통일운동과 민족정기 바로잡기에 매진해 왔다.

고인은 목숨처럼 여기던 청렴정치를 끝까지 잊지 않았다.고인은 최근 가진 강원도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후배 정치인들을 향해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하는 사람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밑으로는 면장에 이르기까지, 또 국회의원, 도의원, 시·군·구 의원 등 모든 정치인과 공직자가 깨끗한 정신으로 청렴정치를 펼쳐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세상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송정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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