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빈

모래바람에 쓸려나간 등 같다

푸릇한 기억이 달 속에 빽빽하다

투명한 유년이 가득하고

붉게 터지는 소녀의 손톱 같은 날들

빨간 꽃이었다가

사나운 바람에도 잘 버티는 나무였다가

소소한 일에도 상처를 입는 잎이었다가

숨바꼭질하듯

검은 그림자 달에 숨어 있고

하루처럼 동동거리던 어제, 숨 가쁘게

건너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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