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 사람]국내 최다 입양, 강릉 김상훈·윤정희 부부
1992년 결혼 후 네 번의 유산
봉사활동 중 첫째 ‘하은’ 만나
아픔 겪은 아이들 입양 결정
아이들도 성장하며 나눔 실천
최근 ‘길 위의 학교’ 책 펴내
“부모의 역할은 기다려주는 것
독립하는 이들 위한 쉼터 필요”

▲ 김상훈·윤정희씨 부부 가족들의 모습.
▲ 김상훈·윤정희씨 부부 가족들의 모습.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 김상훈(강릉 아산병원 원목)·윤정희 부부에게는 지난해 열한번째 손가락이 생겼다.올여름에는 열두번째 손가락도 생겨날 예정이다.장애로 인해,친부모로부터 버림받아 상처를 입은 ‘아픈 손가락’들은 김상훈·윤정희 부부에게는 누구보다 소중하고 어여쁜 아이들이다.

김상훈·윤정희 부부와 소중한 11명의 아이들의 만남은 19년전인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화목하고 행복한 가정을 꿈꾸던 윤정희 씨는 1992년 결혼 후 3년동안 네번의 유산이라는 큰 아픔을 겪었다.

울면서 기도하던 나날들에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왔던 윤정희씨에게 어느날 마음으로 낳은 첫째 ‘하은이’를 만났다.첫눈에 ‘내아이’라는 생각이 든 윤정희씨는 남편을 설득해 하은이를 입양하고자 했다.


김상훈 목사는 “저는 처음에는 마음이 열리지 않았는데 아내가 저를 설득해서 입양을 결정했다”며 “특히 하은이 동생 하선이가 18개월이나 됐는데도 겨우 백일 지난 것 같은 왜소한 모습에 두명 다 입양을 하기로 결심이 섰다”고 말했다.

단순 폐렴인 줄 알았던 하선이가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이라는 희소 질환으로 한쪽 폐를 못 쓰게 되고 사경을 헤맬때도 아이를 살려만 달라며 두 부부는 밤새 기도했다.

그 이후 하나님의 말씀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다짐으로 목사의 길로 들어선 김상훈 목사는 윤정희씨와 예수님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더 큰 어려움을 받아들이며 아픈아이들을 품고 싶다는 생각에 셋째 하민이를,이어 요한,사랑,햇살,다니엘,한결,윤,하나,행복까지 11명의 아이들에게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가 됐다.윤정희씨는 “입양을 선택한 후 환경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우리 마음이 바뀌니까 평안과 기쁨이 넘치는 삶으로 바뀌었다”며 “그때부터 우리가족의 행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상훈·윤정희 부부에게 아이들은 항상 ‘아픈 손가락’이었다.둘째는 폐쇄성 모세기관지염을,셋째는 구순구개열로 언어장애를,넷째와 여덟째는 파양으로 인한 상처로 지적장애를,다섯째는 안짱다리로 태어나 수술을 해야하는 등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었다.

특히 파양의 아픔을 겪은 아이들의 경우 몸의 상처보다 깊은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데 정성을 쏟았다.김 목사는 “입양이 어려운,성장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천국 가정의 모형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상처가 아물때까지,그 나이만큼 적응할 때까지 아이들의 들쑥날쑥한 과정들을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2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르며 김상훈·윤정희 부부도,아이들도 성장하며 또다른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다.둘째 하선이는 건강하게 자라 간호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며 언니 하은이는 아프리카에서 선교사를 하기 위해 공부 중이다.다니엘은 육상선수,햇살이는 사격선수 등 서로 각자의 꿈을 꾸며 성장해나가고 있다.다만 김상훈·윤정희 부부는 아이들이 언제든 ‘나눔’을 실천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앞장서고 있다.자녀들에게 경쟁보다 양보를,성공보다 사랑을 가르치며 매주 독거 어르신을 위해 도시락을 배달하고,겨울이 되면 온 가족이 총출동해 소외된 가정에게 연탄을 배달하는 등 받은 사랑을 나누며 산다.그렇게 살다보니 2010년 ‘부부의 날’에 모범부부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지난 2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국민훈장 석류장도 받았다.최근에는 자녀교육 이야기를 묶어 ‘길 위의 학교’란 책으로 펴내 많은 이들에게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전파하고 있다.책의 인세 수입도 보육원에서 성인이 된 이후 독립하는 이들을 돌보는 쉼터를 세우는 데 전액 기부할 예정이다.

김상훈·윤정희 부부는 “우리에게 두 손을 주신 이유는 하나는 내 아이의 손을,다른 한 손은 세상의 소외된 아이들을 붙잡으라는 뜻”이라며 “하나님 앞에서 더 많은 아이들을 품고 사랑할 수 있도록 입양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그룹홈을 꾸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석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