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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스님의 무소유

권재혁 kwonjh@kado.net 2019년 05월 28일 화요일

“돈은 아지랑이 같은 거야.잡으려고 하면 안 잡혀.버릴 줄 알아야 들어와.아지랑이만 아지랑이가 아니라 모든 게 아지랑이야.아지랑인 줄 알면서 열심히 쫓아다니는 게 인생이지.아지랑이 붙들고 으스대다 가는 거야.결국은 다 헤어지고 남는 것은 내 마음 하나밖에 없어.”

설악무산 스님 입적 1주기(5월26일)를 맞아 스님과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 엮은 ‘설악무산 그 흔적의 기억’에는 돈에 대한 스님의 법문(法文)이 많다.국가가 종교에 세금을 면제해 준 것은 종교가 어려운 사람을 위해 헌신하라는 전제가 있는데도 많은 종교인이 물욕을 보이는 요즘 세태에 무산스님의 돈에 대한 설법(說法)과 행동은 대중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스님은 절 돈을 잘 쓰기로 유명했다.만해축전,불교평론,유심 등 잡지 후원,각종 장학금 지원,문학상 상금 기부,집시법 위반 대학생들의 벌금 1억 원을 대납했다.상좌스님이 “절 돈을 함부로 쓴다는 소문이 들리니 조금 자제하는 게 어떻겠냐”라고 했다가 “불교가 세상으로부터 입은 은혜가 얼마나 크노.그 은혜를 갚자면 우리가 가진 것을 골수까지 다 나눠줘야 한다.움켜쥐려고만 하면 안 된다”라며 혼냈다.

필자가 인제 근무할 때 스님의 통 큰 기부에 한 상좌스님이 반발했다.1995년 10월 비자금 수사를 받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만나 ‘선인선과(善因善果) 악인악과(惡因惡果)’의 법문을 전해준 이야기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스님은 필자에게도 “인생에 도움이 돼라”라며 글(玉磨有光) 3점을 써주며 격려해줬다.

스님의 돈은 가장 요긴 한 곳으로 흘러가는 통로였다.돈이 머무른 법이 없어 개인통장이 없다.그 돈은 걸인과 걸승,서민,가난한 문인에게는 감로수였다.특히 용대리에 애착이 남달랐다.범종 값 1억 원을 마을 유선TV 설치에 썼고,장학금과 버스를 기증했다.심지어 용대리 주민장으로 지내라고 유언했다.스님은 자신의 시(詩) 제목처럼 재 한 줌으로 돌아갔지만,그가 남긴 법문은 세상사람들에게 큰 감화를 주고 있다.

권재혁 논설위원 kwonjh@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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