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블랙벨트가 강인함의 상징으로 인정”
40년간 미국서 태권도장 운영
미국 국가대표팀 코치로 활동
세미나·강연 수강 등 열정 쏟아
수련생 2500여명 세계적 규모

▲ 미국 버팔로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순기 관장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 미국 버팔로시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정순기 관장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미국에서 ‘월드클래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정순기(춘천출신) 관장은 전세계 태권도계의 유명인사다.국내외를 오가며 강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 지난 26년간 미국에서 어린이재단 돕기운동을 펼쳐 130만 달러(한화 15억여원) 이상의 기부활동을 펼치기도 했다.수십년간 태권도에 대한 열정하나로 세계적인 태권도장을 일궈낸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권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의 지구상 반대편,캐나다와 미국을 가르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뉴욕 주 버팔로 시에는 전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태권도장이 있다.70여명에 이르는 사범과 스태프들,다섯 곳의 직영도장,2500여명이 넘는 수련생까지 규모면에서도 최상위 1%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그곳만의 열정과 시스템이다.부모와 자녀가 함께 태권도를 배우는 곳,39세에 시작해 55세까지 태권도 4단을 딴 수련생이 있는 곳,진정한 ‘사회체육’의 모습이 보이는 곳이 바로 태권도장 ‘월드클래스’다.

▲ 미국 버팔로시에 월드클래스 태권도장을 열고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정순기 관장.
▲ 미국 버팔로시에 월드클래스 태권도장을 열고 수련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정순기 관장.

‘월드클래스’를 세계적인 태권도장으로 이끈 사람은 춘천 출신 태권도 공인 8단 정순기 관장.한평생 태권도를 위해 살아온 산증인이다.중학생때 태권도를 시작해 55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태권도복을 입고 수련생들 앞에 서고 있다.미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해온지도 40년이 넘어가며 그의 제자,제자의 제자까지 미국 전역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고 있다.그리고 그 많은 사범들이 지금도 정순기 관장에게 도장운영 등에 대해 가르침을 받고 싶어한다.

정순기 관장과 미국과의 인연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육군 입대 후 대표선수단으로 활동하게 된 정 관장은 제8회 대통령기대회에서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했다.이를 눈여겨 본 주한미군 2사단이 교관으로 스카웃제의를 했고 그 결과 미국 태권도 국가대표팀 헤드코치로 이어지며 태권도 사범의 길을 걷게 됐다.미국에서 태권도가 ‘생활스포츠’로서 자리매김하는데는 정순기 관장의 역할이 컸다.당시 미국 전역은 1970년대 초 이소룡 영화 붐으로 동양무술이 붐을 일으킨 상황이었고 베트남전 참전 용사들로부터 태권도가 주목받기 시작한 해였다.

하지만 태권도가 ‘사회체육’으로서는 자리잡지 못했던 상황이었고 정 관장은 태권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미국의 세일즈방법,사업운영방법 등을 배우고 벤치마킹하며 도장이 자리잡는데 열정을 쏟았다.찢어진 카페트에 테이프를 붙여가며 도장을 운영하는 동시에 여러 세미나에 참석해보고 자기계발서 탐독,마케팅 명사들의 강연테이프를 들어보는 등 수많은 시련을 넘어 성공을 이뤄냈다.정 관장은 “사범으로서 가르치는데는 자신감이 넘쳤지만 도장운영,사업 노하우는 없는 상황이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며 “그럼에도 태권도에 대한 자신감,태권도 수련이 갖는 가치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관장의 ‘월드클래스’를 비롯한 미국의 태권도장은 국내 상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가장 큰 차이점은 수련생들의 연령대다.미국에서는 4~5살 어린이부터 50~60대 이상의 노년층,부모와 자녀가 함께 배우는 가족단위의 수련생 등 태권도 입문 연령대의 폭이 넓다.또 ‘월드클래스’는 수련생과 학부모의 벽을 허물고 오롯이 태권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그 결과 도장에 일체의 놀이기구나 놀이가 없이 태권도로만 이루어진 수업임에도 수련생 모두 진지하게 배우는 분위기 조성에 성공했다.정 관장은 “수련을 통해 습관을 길러 주는 등 수업 자체의 질을 높여 태권도가 개인에게,사회 속으로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며 “수련생들로 하여금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줌으로써 우리가 추구하는 예의,인내,자존감,상대에 대한 배려 등을 가르치고 그것이 우리 도장의 보이지 않는 기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은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한국 태권도계에서도 인정하고 있다.정 관장은 매년 정기적으로 귀국해 전국 대학교를 순회하며 강연을 갖고 있다.올해는 20여일간의 국내 체류기간동안 대한태권도협회 주최 박람회,원주 상지대 등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정 관장은 “미국에서는 블랙벨트(검은띠)가 어려운 과정을 통해 습득한 강인함,당당함,겸손,예의 등의 상징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오히려 종주국 한국에서 태권도가 미국보다 덜 인정받고 있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이어 “책을 쓰고 강연에 나서는 것도 많은 분들이 태권도 수련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봐주시길 바라는 마음에서다”라며 “나는 지금도 태권도인으로서 후배와,후진들하고 스스럼없이 소통하고 갖고 있는 경험을 나누는 선배 태권도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호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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