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과수세균병 폐원조치 농장
춘천 농장 445그루 전체 매립
3년간 발굴 제한 강력 조치
농장주 “수확 두달 앞두고 피해”

▲ 11일 춘천 남산면의 한 사과농가가 과수 세균병인 ‘가지검은마름병’ 확진 판정을 받고 폐원조치됐다.
▲ 11일 춘천 남산면의 한 사과농가가 과수 세균병인 ‘가지검은마름병’ 확진 판정을 받고 폐원조치됐다.


“어쩌다 병에 걸려서…자식을 잃은 것 처럼 마음이 아픕니다.”

11일 오후 3시쯤 춘천 남산면의 한 사과농장.올들어 도내 처음으로 과수나무에 치명적인 세균병인 ‘가지검은마름병’이 발병(본지 7일자 5면 등)한 곳이다.4297.5㎡(1300평) 면적에 심어진 전체 사과나무 445그루 중 60그루(13.4%)가 감염된 것으로 최종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폐원 등 강력한 조치를 내렸다.이날 농장에서는 굴착기 2대가 땅을 갈아엎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전날에는 농장 내 모든 나무를 뽑아내 농장 구석 한켠에 매몰했다.그 위로 다시 흙이 덮이고 석회가 뿌려졌다.사과나무 등이 묻힌 곳에는 ‘발굴금지’라고 적힌 팻말이 설치됐고 이 지역은 앞으로 3년간 발굴이 제한된다.

이곳에서 12년째 사과농사를 지은 황철근(85)씨는 “농사일을 하던 중 시들고 말라버린 나뭇잎들을 발견했는데 당시에는 농장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독한 병에 걸린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소독하면 낫겠지’라는 마음으로 세차례나 약을 쳤는데도 효과가 없어 센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황씨는 12년 전 노후준비를 위해 이 농장에서 미니사과 품종인 ‘알프스오토메’를 자식처럼 길렀다.묘목이 완전히 자라면서 상품성 있는 사과를 수확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부터였다.올해도 수확을 두달 앞둔 상태였지만 과수 세균병이 농장을 덮치면서 황씨의 사과농장은 결국 문을 닫는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됐다.

외래 세균병인 가지검은마름병은 ‘과수 구제역’이라고 불리는 화상병에 비해 전파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마찬가지로 마땅한 치료약제가 없어 과수재배 농가에는 치명적이다.

발병시 감염나무가 전체의 10% 이상이면 폐원조치되며 10%미만이면 발병 나무를 포함 인근 나무 8그루를 매몰 처리한다.

도내에서는 지난 1995년 춘천과 화천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008년까지 이어졌다.이후 한동안 잠잠해졌다가 2014년부터 춘천과 홍천,횡성,철원 등 영서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발병하고 있다. 이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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