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이노베이션,공유경제가 답하다]
②국내 공유경제 현장을 가다 -은평물품공유센터 & 열린옷장

새로운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시장에 진출한 공유경제 플랫폼은 기존 산업 종사자와 충돌,한국 시장 경제에 녹아들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그러나 타다,카카오 카풀 등의 사례에만 비추어 공유경제를 단순히 새로운 사업영역이라는 설명으로 정의내릴 수는 없다.우버,에어비앤비,위워크 등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공유경제 플랫폼들이 존재하지만 국내 지역 기반 네트워크에서 공유경제의 역할은 사회 문제 해결을 통해 비용 지출을 줄이고 지역 경제를 회복하는데 방점이 찍혀있다.이때 공유경제는 수치상 이윤 창출 역할보다는 공동체 화합의 기폭제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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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평공유센터 신효근사무국장
서울 은평물품공유센터


물품공유 넘어 재능·공간까지 공유
주민 직접 공유경제 체험·실천 유도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물품공유센터(대표 차해옥,이하 은평센터)는 4층 규모의 건물 전체가 지역사회의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기능한다.건물 곳곳에 “당신과 + 내가 만나,그 가치가 ×배가 되어,빛나는 공유경험을 만들어 갑니다.÷무한한 공유가치,은평공유센터”라는 슬로건이 걸려 있는 은평센터는 공유사업만을 위해 건립된 전국 최초의 단독 건물이다.소유한 것을 이웃과 공유하며 자원을 아끼고 행복한 삶을 만들어간다는 취지로 2015년 7월 출발했다.

은평센터는 ‘유휴자원의 공동 활용’이라는 공유경제의 기본을 강조한다.공구,생활가전,캠핑장비 등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 350여종,1100여점을 구비해 시민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대여하고 있다.센터가 ‘공유이동비용’으로 정의하는 대여료는 물건구매가격의 3% 수준이다.

이곳은 물품공유,재능공유,공간공유 등 다양한 형태의 가치와 자원들이 오가는 ‘종합 공유경제 세트’다.단순한 공유서비스 제공에서 확장,시민들이 공유경제를 체험하고 실생활에서 공유경제를 실천할 수 있도록 문화적 접근법을 채택했다.이를 위해 은평센터는 재능공유의 공간을 마련,전문 강사를 초빙해 전문 목공교실과 DIY목공반을 운영한다.자원순환을 위한 리앤업사이클 방식을 차용,체험 교실에서도 다양한 재생재료와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다.지역 주민과 청소년들의 소모임,전시,공연 등의 문화적 공유공간으로도 기능한다.최근 은평센터가 세운 과제는 옥상을 활용,청년 예술가들의 전시 및 파티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많은 이들이 사회적 경제를 기반으로 한 공유사업은 돈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은평센터는 철저한 재정 관리를 통해 연 1억3000만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공유경제를 체험한 시민들도 책임감을 가지고 물건을 대여,개관 이후 만4년 동안 일어난 분실·고장은 20건 미만이다.심효근 은평물품공유센터 사무국장은 “공유경제는 효율성,가치있는 소비 패턴,내일을 준비하는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가 있다”며 “자원을 개방,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역기반의 공유경제를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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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옷장 김소령대표

서울 열린옷장


정장 기증 받아 필요한 사람에 대여
수익금 타 공유프로젝트 기부 선순환


서울 광진구에 자리잡은 열린옷장(대표 김소령)은 2012년 설립,‘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기조 아래 정장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옷을 빌려주는 공유옷장이다.5000여명의 기증자에게 정장을 기증받아 청년 구직자 등 정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대여해준다.남성용 정장은 상의부터 구두,벨트까지 빌렸을 때 3만2000원,여성용은 3만원만 내면 된다.서울시,안양시,안산시,군포시 등 지자체 및 일자리센터와 협약을 맺고 이들 지역에서 정장이 필요한 이들에게 무료로 대여해주기도 한다.열린옷장은 이 수익금마저 최소한의 운영비용만 남기고 다른 공유 프로젝트 또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기부한다.

하루 평균 80명이 방문하는 열린옷장 이용객의 80%는 취업준비생이다.온라인으로 방문시간을 예약한 후 방문해 신체치수를 측정,원하는 스타일에 맞게 옷을 빌릴 수 있다.대여 기간은 3박4일이다.택배를 통한 온라인 대여도 가능하다.

광고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해온 김소령 대표가 청년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오랜 시간 고민해온 결과물이다.김소령 대표는 “취업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응원하고 청년문제 해결에 일조하고자 열린옷장을 시작했다”며 “옷장 속에 잠자고 있는 정장을 기부하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가장 적합한 재활용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열린옷장을 찾는 청년 대부분이 생애 최초로 정장을 입어본다.지난 22일 열린옷장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최형우(26)씨는 “IT개발 회사의 면접이 잡혀 정장이 필요한데 갖고 있는 옷이 마땅치 않았다”며 “열린옷장에서 넥타이,벨트,구두까지 모두 빌려 그대로 입고갈 생각이다”고 말했다.

‘누구나 멋질 권리가 있다’는 슬로건처럼,열린옷장에는 다양한 사이즈와 스타일의 정장이 구비돼있다.김 대표는 “청년 구직자들의 정장구입비용으로 35만7000원이 든다고 한다”며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에 열린옷장이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권소담 kwonsd@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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