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조율차 방한할듯…판문점 대북접촉 성사여부 관심

▲ 한-스웨덴 정상 공동회견      (쌀트쉐바덴[스웨덴]=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오전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호텔은 1938년 스웨덴 노사 대타협을 이룬 ‘쌀트쉐바덴 협약’체결 장소로 유명하다. 2019.6.15     xyz@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 쌀트쉐바덴 그랜드 호텔에서 스테판 뢰벤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호텔은 1938년 스웨덴 노사 대타협을 이룬 ‘쌀트쉐바덴 협약’체결 장소로 유명하다. 2019.6.15
2월 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교착 국면에서 한미가 나란히 북미 실무협상 필요성을 강조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동선’이 주목된다.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냄으로써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가 부상한 상황에서 비건 대표는 이달 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전에 한국을 찾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9∼30일께 서울에서 열릴 전망인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한미 외교 당국 간에 비핵화 협상 전략 등을 사전에 조율하는 것이 비건 방한의 1차적 목적이겠지만, 외교가는 판문점 등지에서 북미 실무협상이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스웨덴을 국빈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스테판 뢰벤 총리와의 정상회담 직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미 간의 구체적인 협상 진전을 위해서는 (북미 정상회담) 사전에 실무협상이 먼저 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실무협상을 토대로 (북미) 양 정상 간 회담이 이뤄져야 하노이 2차 정상회담처럼 합의하지 못한 채 헤어지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에 앞서 북미회담의 직접 당사자인 미국 측도 실무협상을 강조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여기 국무부에서, 우리는 북한과 실무급에서 대화를 계속할 준비가 돼 있고 의지가 있다”며 “그리고 우리는 1년 전에 한 약속(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어떻게 진전을 이룰지에 대해 우리의 대화 상대방과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 친서를 받은 사실을 소개하면서 한 발언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정은과의 추가 회담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나는 추후 어느 시점에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3차 북미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되, 정상회담 전에 충분한 실무협상 과정을 거침으로써 ‘노딜 정상회담’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이 같은 미국의 실무회담 중시 기조로 미뤄볼 때 미국은 비건 대표가 방한하는 계기에 판문점 등지에서 실무접촉을 하는 방안을 북측에 타진할 개연성이 없지 않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미국이 지난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상황 관리’ 필요성을 의식하는 것으로 보이는 터에 비건 대표가 방한한다면 그것은 대북접촉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역시 북한의 반응이다.

‘톱다운’ 방식으로 정상 간에 풀기를 바라는 북한이 미국의 구체적인 입장 변화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비건과의 실무협상에 관심을 보일지 미지수라고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대(對) 민생 관련 제재 해제’ 카드를 고수했던 북한은 미국의 ‘셈법’ 변화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자신들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이행하고,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의 자신들 접근법을 수용하라는 것이다.

이에 맞서 미국은 대화 의지를 지속 피력하면서도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호를 압류하고, 유엔 안보리에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규정된 수입 한도 이상의 석유수입)을 지적하는 서한을 제출하는 등 대북 제재의 효력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결국 북한으로선 자신들이 미국에 요구해온 ‘셈법 변화’의 조짐이 있다는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는 것이다.

더욱이 하노이 회담에 앞서 비건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가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미지수이며, 북한 내부적으로 대미 협상의 라인업을 정비하는데 일정한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런데도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6·12 북미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친서를 보내고, 그 내용을 전해 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아주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고 한 사실과, 김 위원장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고(故) 이희호 여사에 대한 조의 전달을 위해 12일 판문점에서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과 만난 사실 등이다.

북한도 28∼2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바로 이어지는 한미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시즌을 앞두고 나름대로 ‘올리브 가지’를 흔든 것일 수 있는 만큼 북미 실무협상에 의외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결과적으로 비건 방한 계기에 북미 실무접촉이 성사될지는 ‘오리무중’인 북미협상과 한반도 정세의 향배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범철 센터장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톱다운’ 방식을 유지하기 위함일 것인데 현 상황에서 미국과 실무회담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지 미지수”라면서도 “현 상황에서 미국이 실무회담을 제의할 경우 북한이 응할 가능성은 ‘50% 미만’으로 보이지만, 전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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