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의 상징에서 화해와 생명의 땅으로
정전협정 후 66년간 금단의 땅
반세기 넘는 ‘치유의 세월’ 거쳐
평화의 길 코스 15㎞ 민간 개방
최전방 적막·평화로움 동시에
국내 멸종위기종 102종 포함
DMZ 야생 동·식물 5929종 서식
철원 등 도내 평화지역 5개 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선포

▲ 전쟁과 분단,냉전의 비극이 얽혀있는 DMZ(비무장지대)가 평화와 생명을 품은 희망의 땅으로 돌아왔다. 철책 너머로 남과 북을 오가며 유유히 흐르는 역곡천이 보인다. 역곡천은 북측 강원도 평강군 신정리 신성산에서 발원해 남측 철원군으로 들어온 뒤  다시 북측 철원군으로 흘러 연천 미수복지구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최유진
▲ 전쟁과 분단,냉전의 비극이 얽혀있는 DMZ(비무장지대)가 평화와 생명을 품은 희망의 땅으로 돌아왔다. 철책 너머로 남과 북을 오가며 유유히 흐르는 역곡천이 보인다. 역곡천은 북측 강원도 평강군 신정리 신성산에서 발원해 남측 철원군으로 들어온 뒤 다시 북측 철원군으로 흘러 연천 미수복지구에서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최유진


전쟁과 분단,냉전의 비극이 얽혀있는 이 곳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생명체에게 낙원이 됐다.전쟁의 역사를 대자연으로 치유하는 곳.평화와 생명을 간직한 땅.바로,DMZ(Demilitarized Zone·비무장지대)이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 시대를 맞아 DMZ은 분쟁과 분단의 어두운 과거를 걷어내고,평화와 생명이 새롭게 움틀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옛 동·서독의 경계선에 보존된 녹색지대인 그뤼네스 반트(Grunes Band)가 통일 후,세계적인 생태 보고(寶庫)가 된 것처럼 전 세계 유일분단도 강원도의 DMZ도 화해와 생명의 땅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DMZ의 평화지대화 전환을 합의한 4·27판문점 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후,DMZ은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는 특별기획,‘전 세계 유일 분단도,강원도 평화생명 벨트를 만나다’를 기획,남북평화시대를 맞아 DMZ생태를 현장취재하고 보존방안,활용법 등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총 10회로 나눠 보도한다.


#꾸미지 않은 자연 그 자체

DMZ에도 꽃은 피고 나무가 자랐다.신록의 푸르름이 가득한 이 곳에는 군사분계선(MDL)을 따라 남으로,북으로 역곡천이 유유히 흘렀다.새들은 남과 북의 경계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있었다.이 곳에서 60여년 전,약 2만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처참한 전투가 벌어졌다는 사실은 ‘과거 적 침투 지역’이라고 쓰여진 안내표지판을 보지 않았더라면 좀처럼 실감나지 않는다.손때 묻지 않은 순수함과 청정생태를 간직한 철원 DMZ평화의 길.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치유의 세월을 견뎌온 DMZ에 자연은 그 보답으로 생명을 선물한 듯 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6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금단의 땅을 지난 달 29일 다녀왔다.

지난 1일부터 민간에 개방된 철원 DMZ평화의 길 코스는 3.5㎞ 도보 코스를 포함해 총 15㎞.약 3시간이 소요된다.코스는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백마고지 조망대를 거쳐 남방한계선을 오른쪽에 두고 군사 도로를 따라 걷는 구간을 지난다.이후 공작새능선 조망대에서 다시 차량으로 통문까지 옮겨와 그곳에서 신원 확인 등을 거쳐 화살머리고지를 갔다가 다시 출발지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출발점인 백마고지 전적비를 지나면 백마고지가 한 눈에 들어온다.백마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국군 보병 9사단과 중공군 3개 사단이 지난 1952년 10월 6일부터 15일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고지를 쟁탈하기 위해 포격전과 수류탄전,백병전을 벌인 곳이다.해발 395m에 불과한 야산을 점령하기 위해 처참한 포격전이 벌어진 것은 백마고지가 철원평야를 낀 중부 전선의 군사 요충지였기 때문.전쟁 당시 고지 주인이 스무 번도 넘게 바뀌었고,열흘 동안 양쪽이 쏟아부은 포탄은 27만발이 넘었을 정도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백마고지 전투에서 패전해 드넓은 철원평야를 빼앗긴 김일성은 그 당시,매우 분해 인근 고암산에서 사흘간 통곡하며 식음을 전폐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이로 인해 북강원도에 철원군이 생겼다는 설도 나온다.백마고지라는 이름은 포격으로 수목이 다 쓰러지고 헐벗은 산의 형상이 누운 백마처럼 보여 붙여졌다.당시 포격전으로 백마고지는 본래의 모습을 잃고 높이도 1m나 낮아져 백마고지 중간에는 풀 한포기조차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지금도 남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백마고지 전적비를 거쳐 58통문으로 들어서면 본격적인 트래킹이 시작된다.58은 육군 제5사단이 관할하는 여덟번째 통문이라는 의미다.이 곳은 허가없이는 출입하지 못하는 곳이며 백마고지를 비롯한 DMZ의 생태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철책선이 없다면

백마고지 조망대부터 3.5㎞는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걸어서 이동하는 코스는 백미다.반세기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아름다운 자연이 철책으로 가로막혀 있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도보 코스는 철책 너머 오른쪽에서 쫓아오는 역곡천을 끼고 걷게 된다.

최전방의 적막과 평화의 고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역곡천은 북강원도 평강군에서부터 각각 북측과 강원도 철원군으로 들어온 뒤 다시 북한으로 넘어가 임진강에 합류,마치 남에서 북으로 역류해 흐르는 것 같다고 해 그 이름이 붙었다.역곡천에는 겨울이면 두루미 수 천 마리가 찾아오는 희귀 어류들의 서식지다.천연기념물인 어름치를 비롯해 다수의 1급수 어종이 서식한다.또 고라니와 멧돼지가 수시로 출몰하고,까투리 등도 자주 목격된다.

능선 모양이 공작새 꼬리를 닮았다고 해 붙여진 공작새능선 조망대에서 보면 철책선 너머 DMZ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나무데크 전망대 위에서는 철책선을 따라 걸어온 길과 구불구불 이어진 역곡천,누운 말의 형상인 백마고지의 측면이 한 눈에 들어온다.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색감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도보 구간은 공작새능선 조망대에서 끝난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화살머리 고지는 거대한 철문과 중무장한 병력이 배치,분위기는 다소 무겁다.이 곳에서는 신분 확인이 이뤄지고 휴대폰은 수거된다.화살머리 고지는 삼각형으로 이뤄진 281m 높이의 고지로 외부 촬영이 엄격히 통제된다.남북간 9·19군사합의에 따라 지뢰 제거 및 유해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화살머리 고지는 한국전쟁 당시 3000여명이 넘게 전사한 것으로 알려졌다.남과 북은 물론 미국·프랑스·중국 등 5개국 전사자들의 유해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현재 우리 측만 참여한 유해발굴이 이뤄지고 있다.



#단절되지 않은 유일한 생태축,DMZ

DMZ은 군사분계선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2㎞에 이르는 구간이다.전쟁 이후 60여 년 간 단절된 역사는 DMZ에서 기적처럼 새로운 자연을 태동시켰다.한반도 평화 번영 시대,DMZ은 한반도에서 단절되지 않은 유일한 생태축이 됐다.국립생태원에 따르면 DMZ 일원에는 국내 멸종위기종 102종을 포함해 총 5929종의 야생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서쪽 백령도 물범부터,두루미와 재두루미,수달,열목어,반달가슴곰 등 DMZ에는 멸종위기종 38%가 분포했다.북미관계가 해빙되면 남북 생태 공동연구 등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유네스코가 19일 도내 접경지역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공식 선포하면서 설악과 금강을 잇는 접경생물권보전지역 추진이 가시화될 전망이다.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국제조정이사회에서는 DMZ남방한계선부터 민간인통제선 일원까지를 종적 범위,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평화지역 5개 시·군을 횡적 범위 등으로 해 강원생태평화 생물권보전지역 등재가 공식 선포됐다.앞서 지난 해 7월 금강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남측 설악권과 북측 금강권을 중심으로 한 공동생태 연구 등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김용국 강원도 녹색국장은 “DMZ 일원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남북 화해무드에 발맞춰 평화와 생명을 상징하는 글로벌 생태 공간으로 탈바꿈 해야한다”고 했다. 박지은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