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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調停)의 미학

조민혁 춘천지법 판사

데스크 2019년 06월 21일 금요일

민사조정은 조정담당판사 또는 법원에 설치된 조정위원회가 분쟁당사자로부터 주장을 듣고 여러 사정을 참작해 조정안을 제시하며,서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이르게 함으로써 분쟁을 평화적이면서도 간이·신속하게 해결하는 제도다.소송이 법원의 판결에 따른 강제적 분쟁해결 절차라면 조정은 당사자 상호간 합의에 따른 자율적·평화적 분쟁 해결절차인 것이다.당사자들 사이에 의사가 합치돼 합의된 사항을 조서에 기재하게 되면 그 조정조서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게 된다.

소송은 변론주의 등 민사소송법 원칙에 따라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사자 본인이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말을 전부 다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는 반면 조정은 그런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담아두었던 말을 터놓고 충분히 다 말해볼 수 있다.민사분쟁은 당사자 사이의 감정싸움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은데,조정을 하다보면 ‘나는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그 돈 안 받아도 되고 사과 한 마디였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고 말하는 당사자들이 적지 않다.그런 과정에서 당사자들은 꽁꽁 얼어있어 알지 못했던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눈 녹듯 훈훈하게 분쟁이 해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송을 통한 분쟁해결은 적게는 몇 개월,많게는 몇 년이 걸리는 장기 레이스다.그 과정에서 당사자들의 심신은 지쳐가고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게 된다.반면 조정을 신청하면 빠른 시일 내에 조정기일이 지정되고 대부분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의 기일 진행으로 절차가 종료된다.무엇보다 조정은 당사자 상호간 타협과 양보에 의해 분쟁이 해결되는 절차이므로 감정 대립이 남지 않는다.소송을 통해 확정판결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져 당사자들 사이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리곤 한다.민사소송이 추구하는 종국적 분쟁해결이라는 관점에서 조정은 당사자들의 자율적인 합의를 이끌어내 당사자들의 감정까지 치유하는 진정한 종국적 분쟁해결절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간혹 민사조정기일이 지정됐음에도 ‘난 저 사람이랑 할 말 없다.조정은 성립 가능성이 전혀 없으니 그냥 판결을 선고해 달라’며 일방적으로 조정기일에 불출석하는 당사자가 있다.그러나 사람 일이라는 것이 언제나 예측 가능한 것이 아니고,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못 물어뜯어 안달이었던 사람들이 조정기일에서 마음속 깊이 담아두었던 말을 주고받다 보면,잠시 고성이 오갈 때도 있지만 조정담당판사나 조정위원회의 주재 아래 대화를 이어가면서는 어느새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거짓말처럼 극적인 합의가 이뤄지기도 한다.

이처럼 조정은 서로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대화의 장이며 진정한 종국적 분쟁해결을 꾀할 수 있는 평화의 장이라 할 수 있다.누군가와의 분쟁을 해결하고자 한다면 조정을 먼저 한번 생각해보고 조정기일이 지정되면 조정에 적극적으로 임해 서로의 진심을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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