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 리뷰] 강원도립극단 신작 월화
천재 여배우 이월화 생애 조명
이전 작품 달리 강원색채 탈피
무대 형식+소재 흥행요소 갖춰

▲ 강원도립극단 신작 월화가 지난 5일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 강원도립극단 신작 월화가 지난 5일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첫 선을 보였다.

보름달처럼 둥글게 뜬 무대 저 뒷편으로 가야금 그림자가 비춰지면,달빛 조명이 가로세로로 무대 앞을 천천히 가로질러 격자무늬를 만든다.민요인듯 가요인듯…경성방송국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1920년대 노랫가락이 흐르고,‘이월화’의 짧지만 뜨거웠던 배우 인생이 펼쳐진다.

지난 5일 춘천 문화예술회관에서 초연된 강원도립극단 2019 정기공연 ‘월화-신극,달빛에 물들다’는 근대 최초의 신극*배우이자 ‘천재’라고 불렸던 당대의 대표 여성아이콘 ‘이월화’의 삶을 조명했다.연극평론가 유민영 자문위원에 따르면 이월화는 서른 남짓 짧은 생애 동안 간호사에서 댄서,배우,기생,포목상까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사망한 장소와 이유조차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극은 복잡하고 숨가빴던 이월화의 일생을 단순화했다.생애를 정확히 고증하기 보다는 여배우로서의 숭고한 예술적 지위를 인정받고자 싸웠던 그의 치열한 삶의 태도에 집중했다.토월회를 이끈 극작가 박승희와 최초의 극영화 감독 윤백남,동료배우 복혜숙 등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캐릭터들의 동시대 속 인간적 고뇌들도 요약된 형식으로 관객들에게 전달된다.

반면 극 소재의 범위 측면에서 도립극단은 ‘줌아웃(zoom-out)’을 택했다.그간 정기공연한 6개의 창작극들과 달리 ‘월화’에는 강원도 색이 전혀 없다.도립극단은 ‘허난설헌’과 ‘DMZ 동화’,‘메밀꽃 필무렵’을 통해 강원 콘텐츠를 전면에 부각시켰고,‘아버지 이는 하얗다’와 ‘달봉이’를 통해 폐광지역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반면 이번 작품은 한국 최초 여배우라는 전국적 타이틀의 인물을 선택,강원도에서 벗어나 한발짝 반경을 넓혔다.윤 감독 조수가 구사하는 강원도 사투리(일부러 넣은 설정으로 보인다) 정도가 전부다.‘월화’는 도립극단이 지난 해 9월 유료화를 결정하고 올린 첫 연극 신작이다.내년에는 셰익스피어 작품도 무대에 올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도립극단의 정체성을 강원도 극복에서 찾는 역설적 도전이다.‘월화’에서 그려진 근대 조선 예원(藝園)의 과도기적 고민이 도립극단 모습과도 일부 겹쳐진다.김혁수 예술감독은 “도립극단이 만드는 연극적 정서가 강원도로,전국으로,세계로 나아가는 단순하지 않은 여정이야 말로 강원도의 정서일 것”이라고,이정화 제작총괄도 “더 좋은 무대를 도민들께 선사하는 것이 극단의 궁극적 역할”이라고 했다.

‘월화’는 무용과 독백극까지 어우러진 ‘무대 속 무대’ 공연 속 배우들의 호연,<경성살롱> 등의 음반을 낸 이정표의 가야금과 독특한 창법의 노래가 어우러져 흥행요소를 충분히 갖췄다.여성주의와 근현대연극사 측면 등에서 다양한 해석과 토론의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앞으로 여성계와 문화계 등에서 좋은 텍스트도 될만하다.

도립극단의 도전이 강원 연극계의 헬레니즘으로 피어날지,월화의 여정을 지켜보자. 김여진


신극= 서양 근대극 영향을 받아 대사 중심으로 이뤄진 조선 근대 연극형식.전통 판소리나 가면극 등과 대비되는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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