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해안 산불발생 100일
민둥산 복구 멀었는데 폭우 예고
지반 약해 산사태 등 피해 우려
피해주민 ‘막막’ 대책마련 촉구

▲ 컨테이너 시설이 들어선 강릉시 옥계면 산불피해지 뒤편으로 불탄 나무가 잘려나가면서 거대한 민둥산이 모습을 드러냈다.곳곳이 산불피해로 신음하는 동해안에 장마철을 맞아 10∼12일 최대 200㎜ ‘물폭탄’이 예보됐다. 최동열
▲ 컨테이너 시설이 들어선 강릉시 옥계면 산불피해지 뒤편으로 불탄 나무가 잘려나가면서 거대한 민둥산이 모습을 드러냈다.곳곳이 산불피해로 신음하는 동해안에 장마철을 맞아 10∼12일 최대 200㎜ ‘물폭탄’이 예보됐다. 최동열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 발생 100일을 앞두고 있지만 피해주민들의 삶은 여전히 막막하고 보상 논의는 제자리 걸음,복구작업은 더디기만 하다.여기에 오는 12일까지 동해안에는 최대 200㎜의 장맛비가 예보돼 산사태 등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0일 본지 취재진이 찾은 강릉 옥계면 산불 피해지는 아직도 곳곳에 화마의 상처가 남아있었다.울창한 소나무 숲은 벌거숭이 민둥산으로 변했고 마을 도로 인근에는 말라죽어 잎이 벌겋게 변한 나무들이 곳곳에서 목격됐다.산밑 불탄 집터 곳곳에는 한순간에 보금자리를 잃은 이재민들의 생활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주거시설인 조립식 주택과 컨테이너 농막이 들어서 있었다.

최모(73·여)씨는 “임시 거주지 생활이 조금은 불편하고 무섭지만 수천평의 논밭에서 농사를 지어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농막생활을 선택했다”며 “수백년 동안 대대로 물려받은 한옥집이 형체도 없이 불타버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피해주민 등이 지난달 초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연이은 집회를 열고 대책마련을 촉구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는 상태다.한국전력공사는 산불관련 수사결과가 나오기 전이라도 보상 절차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속초의 경우 손해사정사 선정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어 실제 보상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이에 속초고성 산불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장일기)는 11일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한전을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이재민들은 이번에는 ‘여름철 장마’가 걱정이다.아직 산불 피해복구가 완벽히 끝나지 않았는데 장맛비에 산사태 등 2차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불에 탄 흙과 나무는 빗물을 흡수하지 못하고 산불로 지반까지 약해져 각종 재해 발생이 우려되고 있다.고성 현내면에 거주하는 주민 A(76)씨는 “장마철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복구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공포감을 안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토사가 쓸려내려오지 않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고성·속초 산불 원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한전 전신주 개폐기와 관련,경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지만 신병처리 시기는 유동적이다.강원경찰은 혐의가 드러나 입건한 한전과 협력업체 관계자 10여명의 피의자 중 4~5명에 대해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지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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