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에 대한 향수·애정 담아내
경험 바탕 과거·현재 정선 표현
아우라지·조양강 등 시어 눈길

▲ 정선 아우라지.
▲ 정선 아우라지.


“안경이 깨지면 원주로 향하던 그 시절 정선…”

정선 출신 전윤호 시인이 올들어 3권의 시집을 잇따라 펴냈다.지난 3월 ‘세상의 모든 연애’에 이어 3개월여만에 시집 ‘정선’과 ‘아침에 읽는 시’가 최근 사흘 간격으로 출간됐다.

지역 문학계의 시선을 먼저 잡은 것은 ‘정선’이다.시 60편이 통째로,그대로 정선이다.고향에 대한 향수와 애정이 절절하게 묻어나온다.정선을 도화원으로 여기는 시인은 자신이 경험한 과거와 현재의 정선을 그대로 재현했다.

시 ‘유랑가수’에는 시인이 자랄 때 정선 모습이 생생하다.‘안경이 깨져도 원주로 가야 하고 티비씨가 안 나와 요괴인간도 못봤지/검열받던 신문마저 어제뉴스가 배달되었어/갓 졸업한 선생들은 다음 날이면 달아나 미술 선생이 한문을 가르치고 음악 선생은 빰이나 때렸지/석탄 싣고 나가는 화물 열차처럼 검은 시간은 소리나 질러대고 갱도가 무너지면 여자들이 울었지/기차는 늦은 밤 떠나고 노을은 남산에 걸려 피흘리는데 아무도 발을 멈추지 않네’.여기에 아우라지,조양강,용탄,가수리,곤드레,비봉산,아라리 등 정선의 시어들로 빼곡하다.

발문을 쓴 최준 시인은 “시인은 정선의 현재와 자신이 자란 과거의 고향을 연대기적 시간대 위에 가지런히 놓지 않는다.그에게 간직된 정선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고 했다.

전 시인은 최근 춘천에서 열린 ‘정선’ 출판기념회에서 올해 초까지 당뇨,고혈압,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그러면서 “이번 시집으로 고향에 빚진 마음을 조금이나마 갚고 새로운 작품세계를 모색하겠다”고 했다.‘정선’보다 조금 앞서 나온 ‘아침에 쓰는 시’에는 10여년간 춘천을 찍어온 이수환의 사진이 곁들여졌다.최근 작품세계가 슬퍼졌다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가급적 아침에 시를 쓴다고 시인은 밝혔다.

전 시인은 동국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1991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했다.시집으로는 ‘이제 아내는 날 사랑하지 않는다’,‘순수의시대’,‘연애소설’,‘늦은 인사’,‘천사들의 나라’,‘봄날의 서재’,‘세상의 모든 연애가 있다’가 있다.시와시학 작품상 젊은 시인상,한국시협상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김진형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