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성 송전리 축사 화재 발생
어미소 고삐 박차고 80m 달려
등 화상 심각 주인 마당서 죽어

▲ 지난 1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횡성읍 송전리 소재 김태봉(90)씨 축사에서 김씨가 애지중지 키운 어미소를 잃고 등과 얼굴에 화상을 입은 소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 지난 13일 오전 화재가 발생한 횡성읍 송전리 소재 김태봉(90)씨 축사에서 김씨가 애지중지 키운 어미소를 잃고 등과 얼굴에 화상을 입은 소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 하고 있다.

“우리 어미소 ‘사랑이’에게 너무 미안합니다.”

한밤중 축사가 불타고 있는 위급한 상황을 주인에게 알리고 생명을 잃은 어미소의 애틋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지난 13일 오전 1시55분쯤 횡성읍 송전리 소재 김태봉(90)씨의 축사에서 불이 나 1시간여만에 진화됐다.이 불로 30여평 규모의 축사에서 키우던 한우 11마리 중 암소 2마리와 송아지 1마리가 폐사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부부와 4년여간 동고동락해 온 어미소 ‘사랑이’는 화염으로 뒤덮인 축사의 고삐를 박차고 80여m 거리의 김씨의 초가집으로 내달렸다.그리고는 마루를 수없이 차며 잠에 든 김씨 부부를 깨웠다.사랑이의 인기척에 놀란 김씨 부부는 그제서야 불타고 있는 축사를 확인하고 119에 신고,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랑이의 얼굴과 등은 이미 화상으로 붉게 그을리다 못해 살점까지 파일 정도의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결국 이날 아침 사랑이는 김씨의 집 마당에서 안타깝게 숨을 거뒀다.4년여동안 축사에서만 지낸 사랑이가 주인집을 찾아 화재를 알렸다는 뒷얘기가 알려지자 마을주민들은 “말은 안 해도 자식을 지키려는 모성애와 주인의 사랑에 보답하려는 마음이 깊었던 것 같다”고 위로했다.

김씨는 “갓태어난 송아지를 입양해 한 식구처럼 애지중지 키워온 사랑이를 내 잘못으로 잃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생전에 축사에만 크던 애가 멀리 떨어진 우리 집 마당까지 달려와 화재를 알렸다는 사실이 너무 감동적이다”고 말했다. 박창현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