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혼자 정상외교 감당 어려워” 투톱외교론 설파…野 등 비판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둘러싸고 일각의 비판에 직면한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16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는데도 대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리가 자리를 비우고 순방에 나섰다는 비판론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총리는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타르 등 4개국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지난 13일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순방길을 떠났다.

공교롭게도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지난 10일부터 7일 일정으로 에티오피아·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상황이다.

이를 두고 야권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는 외교적 비상상황에서 내각을 총괄해야 할 총리와 외교장관이 자리를 비워도 되느냐는 비판이 강하게 제기됐다.

여기에 이 총리의 해외 순방 기간은 정부가 강력하게 요청한 추가경정예산안의 국회 예결위 심사 기간과도 겹친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면한 현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이 총리는 순방을 취소하고, 강 장관은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출국 전인 지난 11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공교롭게도 시기가 일치돼 몹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양해를 구했고, 총리실은 오래전부터 계획된 외교 일정이어서 조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다만 총리실은 “총리는 해외 순방 중에도 현안에 대해 계속 보고 받고 적절한 대처를 지시할 계획”이라며 현안에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 사태라는 유례없는 위기 상황에서 총리 순방이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사그라지지 않자 문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정상 외교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며 ‘투톱 정상 외교론’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대부분 나라는 정상 외교를 투톱 체제로 분담한다”며 조목조목 설명하는 모습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국가는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정부를 총괄하는 총리가, 입헌군주제 국가는 국왕·총리가, 사회주의 국가도 국가주석·총리가 정상 외교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지만 독특하게 국무총리를 두고 있고 헌법상 총리에게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의 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내용상으로도 이 총리의 순방이 신남방외교 외연 확대, 경제 분야 실질 협력 기반 마련, 중동에서의 균형 외교 실현 등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 총리를 옹호한 것을 두고 차기 유력 대권 후보군에 속한 그에 대한 ‘힘 싣기’가 아니냐는 해석도 일부에서는 나온다.

동시에 이 총리가 올해 하반기 총리직을 그만두고 현 정부의 추동력을 좌우할 내년 총선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할 중요 인물로 분류되는 점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지원사격은 다목적이라는 관측까지 제기된다.

이 총리가 국무총리를 수행하면서 ‘상처’를 입을 경우 이 총리 개인 차원이 아니라 민주당 정부로서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분석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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