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국제역(驛)’은 생소한 단어다.지형적으로 반도의 나라임에도 외국으로 연결되는 철도가 없으니 국제역이 있을리 만무하다.아니 좀더 정확히 말하면 대륙으로 나아가는 길이 막혀있어 ‘섬 아닌 섬’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얼마전 ‘서울역을 국제역으로’라는 캠페인이 펼쳐진 적이 있다.서울역에서 북한 개성과 평양 그리고 신의주를 거쳐 중국대륙으로 나아가는 철도를 한시바삐 건설하자는 운동이었다.

역사적으로도 서울역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역이자,모든 철도노선의 출발역이었다.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의 출발역이었고 분단 이전에는 서울 신의주간 연결된 경의선을 통해 중국대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징적인 역이었다.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손기정 선수는 서울역에서 경의선을 타고 하얼빈을 거쳐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이용해 목적지인 독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역에 17일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부산과 광주를 연결하는 경부선과 호남선 등 국내선도 모두 서울역에서 출발한다.이를 보면 서울역은 사통팔달의 철길을 연결하는 한반도 중심역임에 틀림없다.역사적으로나 규모면에서도 국제역으로서 손색이 없다.

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강릉역도 중심역으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시작했다.수도권과는 물론이고 2022년에는 부산까지 연결되는 기찻길이 놓여진다.여기에 강릉-제진간 동해북부선이 연결되면,강릉역에서 북한 원산을 거쳐 대륙으로 나아가는 철길이 열리게 된다.그야말로 강릉역은 동해안의 중심 국제역으로 발돋움할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오늘부터(24일) 포항-동해간 전철화 사업을 위한 기본·실시설계 용역에 착수한다고 밝혔다.오는 2022년까지 총 사업비 4875억원을 투입해 이 구간이 완공되면 부산에서 강릉까지 동해선이 연결되는 것이다.이는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는 강릉역에 멈추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강릉-제진간 동해북부선이 끊겨있기 때문이다.동해북부선 조기연결이 절실한 이유다.

이제 도민의 성원을 모아 강릉∼제진간 동해북부선이 완공되면 강릉역은 북한을 종단해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유럽대륙을 연결하는 그야말로 ‘국제역’으로 거듭나게 된다.

천남수 사회조사연구소장 chonns@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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