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원 작가 ‘ 시간을 걷는 소년’ 출간
1960년대 장례풍습·무속신앙 담아
“ 차기작은 주문진 배경 청춘 이야기”



어린 아이들도 삶과 죽음에 대해 고민을 한다.두렵게 내딛는 작은 걸음마다 그를 보듬어 지켜주는 따뜻한 어른들이 필요하다.강릉 출신 이순원 (사진)작가의 청소년 소설 ‘시간을 걷는 소년’은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아이들에게 “다 괜찮다”고 위로한다.죽음의 그림자를 안고 사는 소년의 성장기를 그린 책은 1960년대 산골마을이 배경이다.소년 ‘자묘’가 영혼과 대화를 나누면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았다.이순원 작가는 이번 소설 발표 후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삶과 죽음에 대해 어른들이 고민하는 부분이 많지만 이 작품에서는 나이를 낮췄다”며 “아이들도 이에 대해 충분히 깊이 생각한다는 점을 얘기하고 싶었다.저도 그 시절 비슷한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 배경이미지는 책표지.
▲ 배경이미지는 책표지.


책 내용을 살펴보면 병약한 자묘는 할머니와 명어머니(명을 길게 하기 위해 둔 대모)의 자식인 영숙에게 찾아온 죽음을 보고 자신에게도 찾아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해 늘 불안해한다.영혼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 소년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두 가지의 세계를 함께 경험하게 된다.학교에 회의를 느낀 소년은 절에서 공부를 시작하고,스님의 보살핌 아래 13살을 넘기면서 비로소 두려움을 극복한다.
강릉출신 이순원 작가
▲ 강릉출신 이순원 작가

이 작가는 “학교 공부는 세상 공부고 절에는 절 나름의 공부가 있다.삶과 죽음의 문제를 더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곳은 절”이라면서 “이것 또한 두 가지의 세계와 맞물려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한 소년이 자라고 어른이 되는데는 어머니,스승과 같은 주변 어른들의 돌봄이 있었다.그런 고마운 분들에 대한 인사”라고 했다.작가의 말에도 “생명을 양육하는 어머니들의 모성이 소년의 삶을 지킨다.글을 쓰는 내내 참으로 순정한 시간을 소년과 함께 걸었다”고 썼다.

소설은 21일간의 장례식을 치르고 가까운 산소에서 석수장이들이 석물을 만드는 등 옛 장례식 풍경과 무속신앙 풍습이 세밀하게 표현됐다.강릉 유가에서 자란 이순원 작가 특유의 장점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그는 “향약을 지켜 내려오며 촌장님을 모시고 사는 전통적인 마을에서 자랐다.1970년대 가정의례준칙이라는 것이 발표되면서 결혼식은 결혼식장,장례식은 장례식장에서 진행하는 문화가 발전해 나갔다”고 했다.이어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행사는 유가의 장례”라며 “지금은 초혼이라는 풍습도 없어지고 김소월의 시만 떠올릴 정도다.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문학에서 기록되지 않을 것 같다는 마음이 있었다”고 했다.

작품의 배경인 두운령에 대해서도 언급했다.두운령은 이 작가가 대관령을 치환해 표현한 곳이다.그는 “대관령이라고 쓰면 너무 쉽게 쓰는 것 같아 운치있고 신비한 느낌을 주려고 고쳐 썼다”고 밝혔다.

이 작가의 차기작은 ‘주문진’으로 정해졌다.고향 강릉을 배경으로 청춘의 이야기를 이어간다.이 작가는 “주문진이 읍이 된지 70년이 넘었다.어촌으로서 굉장히 번성한 도시였는데 산업화가 되면서 쇠락했다”며 “주문진에서 자란 두 청춘의 이야기다.주문진이라는 발음을 했을 때 세 글자가 주는 입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아서 제목으로 택했다”고 소개했다.도서출판 다림. 김진형 formation@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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