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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인가

김원동 강원대교수

데스크 2019년 07월 29일 월요일
▲ 김원동 강원대교수
▲ 김원동 강원대교수
일본이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함에 따라 한일 관계에 드리워진 먹구름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일본 내에서조차 자국의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고, 한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미국으로서도 조금은 신경이 쓰일만한 국면이다.한일 간의 심각한 균열이 자칫 한미일 안보동맹체제와 미국 주도의 자유무역질서를 뒤흔드는 전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뉴스들을 대하다 언뜻 스쳐 가는 생각이 있었다.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그리고 미국의 태도에 전제되어 있는 것은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이었다.대답의 실마리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국가 단위의 얘기들이 국익과 국민으로서의 일체감이 존재한다는 가정 아래 이루어진다는 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올 2월 피닉스에서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히스패닉계의 중년 여성은 내게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주었다.15세까지 멕시코에서 성장한 후 미국으로 이주해 온 미국 시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두 자녀에게 그들의 뿌리를 확실하게 인식시키려 노력해 왔다고 했다.

아이들은 스페인어를 말하고 읽고 쓸 줄 알 뿐만 아니라 미국에 살지만 자기의 조상과 언어에 대해 잘 안다고 자랑스러워했다.그러면서도 그녀는 멕시코보다 좀 더 안전하고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미국 땅에서 자신의 자녀들이 미국 시민으로서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며 살아가길 희망한다고 했다.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우리는 누구인가: 미국의 국가정체성에 도전하는 것들’에서 미국인의 국가정체성 위기를 진단하고 처방을 모색했다.헌팅턴은 이 책에서 인종적,민족적,성적 정체성의 부상,이민자들의 이중적 정체성의 고수 경향,그리고 엘리트 집단의 탈국가화와 일반 대중의 국가주의적 가치관 간의 격차 심화와 같은 요인들이 미국인의 국가정체성을 침식하고 있다고 보았다.그는 ‘앵글로-개신교 문화’가 지난 3세기 동안 미국인의 정체성을 구성한 핵심 요소였음을 역사적으로 입증하고자 했고, 이의 회복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멕시코계 미국인 여성과 헌팅턴은 정체성 문제를 되새겨 보게 했다.우리는 아이들과 후속 세대에게 무엇을 우리의 뿌리라고 가르치고 있는가?우리가 도전을 받고,위기에 직면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측면들에서인가? 우리가 익히고 보존하고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소중한 덕목은 어떤 것들인가? 일본이나 미국과 다른 우리의 고유한 국가정체성의 구성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문화와 역사를 전승하고 성숙시켜 가야할 학교교육의 현장을 둘러보면 시원스러운 답변을 얻기 어렵다.평판이 좋은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위치한 구역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아파트 가격에 차이가 난다.중고등학교가 대학 입시학원으로 전락했고, 대학이 취업준비학원으로 변질되었다는 지적은 어느새 식상한 얘기가 됐다.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모양이 되었을까. 논리적으로 되짚어보면, 대학이 학생 선발 기준으로 삼아야 할 소중한 가치들과 잠재적 역량이 무엇인지를 여전히 정립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고, 기업과 공공기관이 고용의 기준으로 고등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덕목들이 무엇인지 올바로 설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책임은 물론 이런 사태의 야기에 일조해 온 교육부와 교육청을 비롯한 정부 부처에도 있다.구체적인 대안 마련과 실천에는 엄청난 용기와 결단,그리고 오랜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그럼에도 헌팅턴이 던졌던 진중한 물음은 출발점으로 제격인 것 같다.

‘우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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