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최초로 상금-올해의 선수-평균 타수 석권 도전
8월 1일 개막 브리티시오픈도 ‘우승 후보 0순위’
‘하늘엔 태극기, 땅에는 고진영.’

▲ 우승컵에 입맞추는 고진영[EPA=연합뉴스]
▲ 우승컵에 입맞추는 고진영[EPA=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끝난 시즌 네 번째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총상금 410만달러) 시상식 장면은 마치 하늘에서 ‘앞으로 여자골프는 고진영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선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대회 관례대로 스카이 다이버들이 우승자 나라의 국기를 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장관을 연출했고, 이 대회 챔피언 고진영이 그 ‘스카이 태극기 세리머니’의 주인공이 됐기 때문이다.

2016년 전인지(25) 이후 3년 만에 에비앙에서 태극기 세리머니가 펼쳐지게 한 고진영은 시상식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낯선 땅에서 태극기가 하늘에서 내려오고 애국가가 울릴 때는 참을 수 없게 벅찼다”고 소감을 전했다.

‘여자골프 대관식’의 느낌이 풍겼던 것은 고진영이 이날 우승으로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거의 전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고진영은 올해 4월 시즌 첫 메이저 대회로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하는 등 이미 시즌 2승을 쌓아 올해의 선수와 평균 타수 부문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다만 상금과 세계 랭킹에서는 2위였는데 이번 우승으로 이 부문 선두도 탈환했다.

3라운드까지 선두 김효주(24)에게 4타나 뒤져 역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봤으나 특유의 안정적인 경기력을 바탕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

상금 부문은 이정은(23)에게 약 27만 달러 정도 뒤진 2위였는데 에비앙 우승 상금 61만5천달러를 추가, 오히려 33만달러 차이 선두로 나섰다.

세계 랭킹 역시 박성현(26)에 뒤진 2위에서 약 한 달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 [AP=연합뉴스]고진영(가운데)에게 우승 축하 키스를 건네는 프랭크 리부드 에비앙 챔피언십 회장(왼쪽)과 자크 번거트 부회장.
▲ [AP=연합뉴스]고진영(가운데)에게 우승 축하 키스를 건네는 프랭크 리부드 에비앙 챔피언십 회장(왼쪽)과 자크 번거트 부회장.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는 189점을 획득, 2위 박성현의 111점과 간격을 78점으로 벌렸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일반 대회 우승이 30점, 메이저 대회 우승이 60점이기 때문에 박성현이 고진영을 추월하려면 남은 대회에서 2승을 더하고 다른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평균 타수 역시 고진영이 69.109타를 기록, 69.171타의 김효주를 앞선 1위다.

지난 시즌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 상금과 올해의 선수, 평균 타수 부문을 석권한 사례가 있지만 한국 선수가 이 3개 부문을 휩쓴 적은 아직 없다.

2000년 이후만 따져도 2000년 카리 웹(호주), 2001년과 2002년, 2005년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2006년부터 2008년까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 2011년 쩡야니(대만), 2014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2018년 쭈타누깐 등 외국 선수들이 이 3개 부문을 휩쓴 사례가 꽤 많지만 유독 한국 선수만 없었다.

고진영은 또 2015년 박인비(31) 이후 4년 만에 한 해에 메이저 2승을 달성한 선수가 됐다.

이 결과 한 시즌에 5대 메이저 대회 성적을 합산해 순위를 정하는 안니카 메이저 어워드 부문에서도 1위에 올라 수상이 유력해졌다.

그린 적중률에서도 고진영은 78.9%로 1위를 달린다. 2위는 76.6%의 넬리 코르다(미국)다.

고진영은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도 그린을 딱 한 번만 놓쳐 적중률 94.4%를 기록, 특유의 정교함을 뽐냈다.

그린 적중률은 신인이던 지난 시즌에도 77.0%로 1위였고,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지난해 1.778개로 23위였다가 올해 4위(1.745개)로 껑충 뛰었다.

▲ 시상식장의 고진영[AP=연합뉴스]
▲ 시상식장의 고진영[AP=연합뉴스]


고진영도 우승한 뒤 “작년보다 골프가 좋아졌다”며 “드라이브 거리나 아이언, 퍼트가 좋아져서 메이저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이브샷 비거리는 지난해 252.4야드(77위)에서 올해 259.3야드(76위)로 늘었다. 순위는 큰 차이가 없지만 평균 7야드 정도 더 나가는 셈이다.

또 올해부터 호흡을 맞춘 베테랑 캐디 데이브 브루커의 도움도 빼놓을 수 없다.

브루커는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5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박지은과 한 번, 오초아와 두 번 메이저 우승을 합작했고 고진영과도 올해 ANA 인스퍼레이션에 이어 이번 대회 메이저 우승 기쁨을 함께 누렸다.

고진영은 “브루커가 항상 많은 도움을 준다”며 “메이저에서 캐디나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잘 맞아야 하는 것 같다”고 우승 요인을 분석했다.

8월 1일부터 곧바로 열리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오른 고진영은 2015년 박인비 이후 역시 4년 만에 한 시즌 메이저 3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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