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대관령음악제 네번째 메인콘서트
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연주
제1~5번 한자리 감상 드문 일
악보에 쓰여진 유명한 문구
‘그래야만 하는가’ 공연 제목

▲ 지난 2일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공연 ‘그래야만 하는가?’에서 피아니스트손열음과 첼리스트 김두민이 베토벤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69’를 연주하고 있다.
▲ 지난 2일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 메인공연 ‘그래야만 하는가?’에서 피아니스트손열음과 첼리스트 김두민이 베토벤의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제3번 A장조 작품번호 69’를 연주하고 있다.

베토벤의 20년이 단 하룻밤 새 대관령에 흘렀다.베토벤이 20년에 걸쳐 세상에 내놓은 첼로소나타 전곡이 약 3시간만에 평창 알펜시아에 쏟아졌다.지난 2일 저녁 알펜시아 콘서트홀에서 열린 4번째 메인콘서트에서는 베토벤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제1번부터 제5번까지 전곡이 연주됐다.

베토벤의 첼로소나타 제1번과 2번은 창작활동 전기에,제3번은 중기에,제4번과 5번은 후기에 차례로 쓰여진 곡이다.제1∼5번을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그야말로 베토벤 작곡 변천사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드문 기회라는 평 속에 공연은 매진됐다.한 곡당 30분씩,5개의 소나타.모두 150분간 진행된 마라톤 연주로 집중도와 체력을 필요로 하는만큼 4명의 첼리스트가 피아니스트와 합을 이뤄 차례대로 등장해 무대를 꾸몄다.

독일 출신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과 피아니스트 알레산드로 타베르나가 부드러움이 돋보이는 연주로 첼로 소나타 1번을 열었고,프랑스의 떠오르는 25세의 첼리스트 에드가 모로(Edgar Moreau)가 31세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함께 제2번 소나타로 이어받았다.젊은 두 연주자는 무거운 듯 힘있게 초기 작품을 마쳤다.5곡의 소나타 중 대중에게 비교적 친숙하게 알려 제3번은 독일 뒤셀도르프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첼리스트 김두민과 예술감독 손열음이 함께 했다.첼로와 피아노간 균형이 가장 잘 맞는다는 곡의 평가를 증명하듯 두 악기가 대화하는 듯 하다가도 곳곳의 당김음들 덕분에 ‘밀고 당기기’가 즐겁게 그려졌다.

▲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과 피아니스트 알레산드로 타베르나가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장조 작품번호 5의1’을 연주하고 있다.
▲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과 피아니스트 알레산드로 타베르나가 ‘피아노와 첼로를 위한 소나타 제1번 F장조 작품번호 5의1’을 연주하고 있다.
후기작품인 제4번과 제5번은 독일의 첼리스트 레오나드 엘셴브로이히,피아니스트 알렉세이 그리뉴크(Alexei Grynyuk)가 맡았다.올해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집 음반을 함께 발매하기도 한 두 아티스트는 어두우면서도 깊은 소리로 관객들을 이끌었다.이들은 이날 공연에 앞서 고성 DMZ 박물관에서도 듀오 리사이틀 형식으로 제3∼5번을 연주했다.독일 통일 이후 세대 아티스트의 최전방지대 연주는 올해 ‘찾아가는 음악회’의 대표적 기획 중 하나를 감동적으로 소화하기도 했다.

‘한사람이 쓴 곡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다섯개의 작품’이라고 소개된 이날 공연의 제목은 ‘그래야만 하는가(Muss es sein)’.베토벤 현악사중주 16번 악보에 쓰여있는 유명한 문구다.단편소설집처럼 읽히길 바란다고 한 대관령음악제의 의도를 고려한다면 이날 공연은 베토벤의 음악 인생이 ‘왜 그래야만 했는지’ 되묻는듯한 기획이라는 평이 나왔다.내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관련 기획들이 넘쳐나는 가운데에서도 클래식 애호가들의 호응이 높았던 이유다.베토벤 첼로소나타 전곡 공연의 의미는 첫 주자로 무대에 오른 첼리스트 율리안 슈테켈의 한마디로 요약된다.“첼로소나타 5곡으로 베토벤의 어법을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죠.우리 모두의 행운이라고 느껴질 정도로요.” 김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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