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진단] 신·구도심 학생수 ‘부익부 빈익빈’
구도심 쇠퇴 신도심 학생 몰려
과밀·과소학급 불균형 초래
지도 한계·사회성 발달 제약
피해 오롯이 학생들에 돌아가


학교에서 학생들이 사라지고 있다.농·산·어촌 학교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공동화 현상으로 쇠퇴하고 있는 구도심 학교는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택지 개발로 조성된 신도심 학교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전국적인 출산율 저하에 따른 학생수 감소에도 신도심 학교는 몰려드는 입학생으로 해마다 몸집이 커지고 있다.교육당국이 학생 분산을 유도하는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쏠림 현상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 신규택지따라 학생이동

춘천 구도심 중에서도 원조격인 교동의 한복판에 자리한 교동초교는 매년 학생수가 줄어 100명대 붕괴를 걱정해야하는 처지다.교동초교는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사이 학생수가 152명에서 122명,학급수가 11개에서 7개로 줄었다.같은 기간 근화초교는 학생수가 237명에서 212명으로 감소해 학급수를 1개 줄였고,효제초교는 학생수 200명대가 무너졌다.후평초교는 학생이 한 해 평균 13명씩 빠져나가 400명 미만으로 운영되고 있고,춘천초교는 학생수가 12명 감소해 1개 학급을 줄였다.

구도심 학교들과 달리 춘천에서 가장 최근에 조성된 택지지구인 장학지구에 소재한 장학초교는 지난 4년 사이 학생수가 무려 61%가 급증했다.지난 2016년 488명이었던 학생수는 2017년 617명,2018년 683명,2019명 789명으로 한 해 75명씩 급속히 늘어났다.장학초교와 이웃 사이인 만천초교는 학생수가 매년 증가해 학급수를 6개 늘렸다.춘천에서 대표적인 아파트밀집지인 퇴계동의 성원초교·남부초교,석사동의 성림초교·봄내초교 모두 학급수 40개,학생수 1000명 안팎으로 포화상태다.

원주는 가파른 인구 증가세로 택지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쏠림현상 역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원주에서 대표적인 신도심인 혁신도시의 반곡초교와 버들초교는 학생수가 각각 1177명,1165명으로 도내 최고 수준이다.기업도시 주변에 지난 3월 개교한 섬강초교는 학생수가 1000명에 육박하고 있고,무실동의 솔샘초교와 만대초교도 학생수가 각각 1041명,842명이다.구곡택지 구곡초교(1027명),단관택지 남원주초교(968명),단관초교(1059명)에도 학생들이 몰려 있다.반면 구도심으로 가면 학생수가 크게 줄어든다.공공기관 등의 이전 뒤 쇠퇴의 길로 접어든 우산동의 우산초교와 학성동의 중앙초교는 전교생이 300명에도 못미친다.구도심 주택가인 봉산동의 원주초교(266명),일산동의 일산초교(352명) 등도 매년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다.

강릉에서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교동택지 인근 율곡초교와 경포초교는 학생수가 각각 1162명,836명에 이르지만 구도심에 있는 포남초교(205명),옥천초교(207명) 등은 200명대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다.아파트밀집지에 있는 중앙초교는 학생수가 1129명에 달한다.

삼척에서도 인구가 밀집된 교동택지 인근 삼척초교,정라초교로 학생이 몰려 두 학교의 학생수를 합친 1525명은 삼척 전지역 초교생(2792명)의 절반에 가깝다.농산촌지역인 양구에서도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지난 2013년 10월 양구 상리·송청택지에 550세대 규모의 군인아파트가 준공된 뒤 학생이 몰린 양구초교의 학생수는 608명으로 양구 전지역 초교생(1156명)의 52%를 차지하고 있다.

■ 학생수 불균형 학생들 피해

신·구도심 간 학생수 불균형은 과밀학급,과소학급을 낳는다.춘천의 경우 도심내 학교별로 학급당 학생수가 최대 12명까지 차이가 난다.이로 인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과밀학급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을 일일히 지도하는데 한계가 있어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기 어렵고,과소학급에서는 다양한 친구를 사귀기 힘들어 사회성 함양의 기회를 제약받는다.

춘천 구도심 학교의 한 교사는 “과소학급에서도 애로점이 있다”며 “아이들은 인원이 적다보니 상대적으로 경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체육수업이나 체험학습 등에서도 원활하지 못한 면이 있다”고 전했다.

쏠림현상은 갈수록 짙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답은 보이지 않는다.신도심과 접해있는 면단위 학교로 학생을 유도하기 위해 공동학구 등이 시도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다.천미경 원주교육장은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학교에서의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각 학교장과 세세하고 촘촘하게 논의를 하고 지자체와도 협력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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