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여름철 택배기사 하루
폭염 속에 시간과의 싸움
개인사업자 신분 환경 열악
전국노조 ‘택배없는 날’ 요구

▲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9일 춘천지역에서 20년째 택배기사를 하고 있는 A씨가 탑차 내 배송 물량 정리를 하고 있다. 윤왕근
▲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았던 9일 춘천지역에서 20년째 택배기사를 하고 있는 A씨가 탑차 내 배송 물량 정리를 하고 있다. 윤왕근


“여름휴가 꿈같은 얘기죠.”

9일 오전 10시,아직 한낮 더위가 시작되기 전이지만 택배기사 박종근(가명·47)씨는 이미 땀범벅이다.춘천 구석구석을 손바닥 보듯 훤히 꿰뚫고 있는 20년차 베테랑이지만 최고기온이 34도를 웃도는 ‘찜통더위’에는 장사가 없다.그는 “오후 뙤약볕이 가장 강할 때는 일을 하다가 순간 어지러울 때가 있다”며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는 주택가나 엘리베이터가 없는 다세대 주택,원룸 배송은 고역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잠시 운전석에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더위를 식히고 싶지만 적재함을 채운 배송 물건들을 보면 흐르는 땀조차 닦아낼 시간이 없다.배송 한건당 떨어지는 수수료가 임금이어서 배송 한건이 아쉽다.평소 그가 하루에 배송하는 물건은 200여개에 이른다.이러다보니 점심 먹을 시간도 마땅치 않다.박씨는 “12시에 맞춰 식당에 가면 붐비고 식사가 밀리면 내가 불안해서 밥을 못먹는다”며 “주로 점심시간을 넘겨 식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가 이날 오전 6시30분 대리점으로 출근해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귀가한 시간은 오후 6시30분.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이어지는 일상이다.1일 12시간씩 주 6일제를 하는 살인적인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박씨처럼 택배기사 대부분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리점과 위탁계약을 맺고 일한다.근로자 신분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휴가보장도 없고 회사와 ‘물량 계약’을 맺은 신분이라 마음대로 휴가도 갈 수 없다.

전국의 택배기사들이 오는 16~17일을 ‘택배없는 날’로 지정하자고 외치는 이유다.박씨는 “20년 택배기사를 하면서 가족 해외여행을 딱 한번 가봤다”며 “택배없는 날이 지정되면 여름휴가가 없는 택배기사들에게는 꿈 같은 휴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왕근 wgjh6548@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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