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20일까지 평창·강릉 일대서 개최
개막식 안성기·임권택 등 영화계 인사 참석
한국경쟁 등 8개 섹션별 33개국 85편 상영
소외계층·전쟁·인권 등 세계적 이슈 다뤄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포스터
▲ 평창남북평화영화제 포스터

“선을 넘어 하나로,힘을 모아 평화로”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피어난 평화의 열기를 스크린으로 잇는 영화의 축제가 평창과 강릉에서 펼쳐진다.제1회 평창남북평화영화제가 오는 16일부터 20일까지 ‘평화·공존·번영’을 주제로 열린다.16일 오후 6시 평창 올림픽스타디움 야외무대에서 배우 조진웅·최희서 사회로 꾸며지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한국경쟁’,‘평양시네마’,‘강원도의 힘’ 등 8개 섹션별로 33개국 85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지난 해 10월 평창평화위원회 주최로 열린 2018평창평화영화제를 통해 도내 처음으로 북한영화가 공개상영된 후 약 10개월만이다.당시 개막작 ‘김 동무는 하늘을 난다’를 비롯한 북한 영화들은 모두 매진,뜨거운 관심 속에 영화장르를 통한 평화이슈 확산과 남북간 영화교류 가능성 등을 확인했었다.부분경쟁 국제영화제 형식의 평창남북평화영화제는 이를 확장,첫 해부터 북한 영화인 참여와 공동행사 등을 염두에 뒀으나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불발됐다.대신 전쟁과 난민,인권 등 세계적 이슈를 담은 신작들을 한자리에 모았다.소외계층을 보듬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자는 메시지로 ‘평화’의 의미를 확장시킨다.슬로건은 ‘선을 넘어 하나로,힘을 모아 평화로’.포스터에는 감았던 눈을 뜨는 호랑이의 강렬한 눈동자의 정면 이미지가 담겼다.어려운 현실에서도 약해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영화제에서 어떻게 표현될지 주목된다.

▲ 배우 최희서
▲ 배우 최희서


▲ 배우 조진웅
▲ 배우 조진웅


■ 영화계 유명인사 총출동

개막식에는 영화계의 유명인사들이 대거 참석,올해 첫발을 떼는 영화제를 축하하며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개막식에 앞서 오후 4시 30분에 진행되는 레드카펫 행사에는 국내외 감독과 배우 그리고 영화제 관련 인사들이 총출동한다.개막식 사회를 맡은 배우 조진웅과 최희서를 포함해 안성기,박성웅,장현성,민도희,영화 ‘기생충’에서 관객들을 사로잡은 박명훈 등 인기 배우들이 찾는다.연극배우 김성녀·박정자,연극연출가 손진책 등도 자리할 예정이다.영화거장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변영주·임순례 등 국내 최고 감독들과 이두용·넬슨 신·이장호·배 종·추상미 감독 등이 함께한다.개막작 ‘새’를 제작한 이봉우 대표와 북한 VR 감독 아람 판,도를 대표하는 봄내필름 김대환·장우진 감독 등과 더불어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도 참석한다.개막공연은 뮤지션 하림과 북한 활동 예술인들로 구성된 평양예술단의 음악총감독 이향(아코디언),무용수 양길호가 함께 무대를 꾸민다.


▲ 개막작 새
▲ 개막작 새


■ 개막작 ‘새’

개막작 ‘새’는 분단과 이산의 아픔에 대한 휴머니즘적인 접근으로 정치색을 띠지 않는 드문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북한 작가 림종상이 1990년 ‘조선문학’ 3월호에 발표한 소설 ‘쇠찌르러기’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분단 이후 남과 북에서 각가 조류학자로 활동하던 부자가 조류연구를 위해 날려보낸 새로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다는 내용을 담았다.실제 조류학자인 원홍구,원병오 박사 부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북강원도 출신(문천군) 림창범 감독의 1992년 작품으로 일본이 제작비 1억원을 투자하고 북한의 스태프와 배우들이 참여해 제작돼 5회 동경국제영화제 ‘아시아 수작 영화주간’에 상영되기도 했다.훼손되지 않은 북한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저어새 등 희귀 조류의 모습 등 풍부한 볼거리와 갈라진 남북을 상징하는 부자의 애절한 상봉 스토리가 눈길을 끈다.



■ 한국경쟁

한국경쟁 섹션에서는 580여편의 출품작 중 19편(장편 2편·단편 17편)이 선정됐다.‘평화’라는 테마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주,분단 상황과 젠더 이슈,10대의 삶,노동문제 등을 다룬 작품들이 눈길을 끈다.통일부 지원작인 ‘판문점 에어컨’은 남북 대치상황을 해프닝 중심으로 코믹하게 그려내고,‘은서’는 탈북민에 대한 전형적 이야기에서 벗어나 남한 사회에 완전히 적응했어도 예상치 못한 일을 겪는 가족 내 갈등을 보여준다.또 ‘대리시험’은 탈북 2세 무국적자인 10대 소녀의 일상적 갈등을 세심하게 포착한다.엄마와 딸의 관계를 통해 페미니스트의 세대변화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핑크페미’,청소년 시기 성적 정체성을 밝게 접근한 ‘털보’도 눈길을 끈다.장편영화 두 편은 냉혹한 현실을 투영한다.‘앵커’는 감당하기 힘든 곤경에 빠졌지만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사회생활’은 본사에서 좌천된 지구언이 따돌림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숨막히는 회사의 공기를 스크린에 담았다.


▲ 영화 최후의 증인
▲ 영화 최후의 증인


■ 평양시네마

평창남북평화영화제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섹션으로 북한에서 제작됐거나 촬영된 영화들이 상영된다.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일반 관객을 제외한 관계자만 관람할 수 있게 제한됐던 림창범 감독의 ‘봄날의 눈석이’가 대형 화면으로 상영된다.북한판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상시키는 러브스토리로 북한 영화로 드물게 남한을 우호적으로 묘사하며 통일 열망을 드러낸다.또 북한 고위관계자 인터뷰를 담기 위해 3년간 당국을 설득해 완성한 ‘한반도,백 년의 전쟁’,북한 사람들의 인간적 모습을 조명한 ‘마이클 페일린,북한에 가다’도 관객들을 만난다.최초의 남북합작 장편 애니메이션 ‘왕후 심청’도 주목해볼만 하다.‘심청전’을 현대적으로 각색해 2005년 제작한 작품이다.황해도 평산 출신으로 청년 시절 맨몸으로 미국에 건너간 애니메이터 넬슨 신의 집념의 산물로 북한 4.26 만화영화촬영소에서 대부분 제작됐다.북한 애니메이터들의 뛰어난 작화실력을 바탕으로 서구적 캐릭터들과 이야기 구조로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다.


■ 기획전:분단 장르 영화에 대한 성찰

기획전 섹션에서는 우리나라 영화에서 북한을 다루는 인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다.남북의 대치상황을 담은 충무로 영화의 시초 ‘최후의 증인’이 무삭제판으로 상영된다.1980년 작품으로 반공 영화가 주를 이루던 시절 한국전쟁의 역사적 아픔을 냉정한 시선으로 담아 한국영화사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개봉 당시 검열에 의해 총 158분 중 1시간 가량이 삭제된 채로 개봉됐으나 2005년 복원됐다.이 영화를 만든 이두용 감독과의 마스터클래스도 영화제 기간 마련,‘분단 장르 영화’의 흐름도 되짚는다.이밖에 ‘공동경비구역 J.S.A’(2000),‘웰컴 투 동막골’(2005),‘의형제’(2010),‘공작’(2018)이 상영되고,특히 1999년작 ‘쉬리’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리마스터링 버전을 처음 공개한다. 한승미 singm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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