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영화제 칼럼]1. 소공녀
현실 괴로움 배제 긍정하는 모습
감춰진 불안함 부담감으로 다가와


강원도민일보는 독립영화 활성화와 지역 영상문화 발전을 위해 춘천영화제 조직위원회와 공동으로 영화칼럼을 싣습니다.‘2019 춘천영화제’ 본선경쟁작 사전 심사위원단 등으로 활동하는 시민패널단이 직접 쓰는 칼럼을 통해 4편의 작품을 소개해 드립니다.



1. ‘막연한 위로보다는 감정의 공유’- 본선경쟁작 ‘소공녀’



▲ 영화 ‘소공녀’ 스틸컷.
▲ 영화 ‘소공녀’ 스틸컷.

SNS에 떠도는 유명한 글이 있다.‘돈이 인생의 전부인가’라는 질문에 “돈으로 행복을 살 수는 없어도 불행은 막을 수 있다”는 댓글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영화 ‘소공녀’는 이러한 사회의 통념을 뒤엎으려 한다.주인공 미소는 집을 포기하고 술과 담배라는 기호품을 선택한다.미소에게 미래에 대한 걱정은 없다.그저 그녀는 위스키 한 잔과 담배에 행복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타인의 시선과 현실적 여건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걷는 미소의 삶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영화는 이러한 미소의 선택을 존중하는 반면 그 선택의 대가를 묘사하는 것에는 무게를 두지 않는다.즉,현실의 괴로움을 배제한 채 미소의 삶을 긍정한다.미소는 집을 포기한 대가로 지인의 집을 전전하고 정착할 곳이 없는 자신의 상황을 ‘여행 중’이라고 말한다.하지만 이런 미소의 삶은 여행 보다는 방황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현실은 자신의 처지를 포장하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만으로는 견디기 어렵다.미소는 삶의 소소한 행복을 통해 위로를 전하지만 동시대 젊은이들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부족하다.

그 이유는 영화가 ‘불안함’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미소는 잠을 잘 곳과 안정적인 직장이 없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불안해하지 않고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그러면서 자신의 신념을 꿋꿋이 지켜간다.하지만 현실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미소가 가진 그 꿋꿋함이 부담스럽다.힘든 삶을 버티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막연한 위로가 아니라 공감이다.그렇기에 영화 소공녀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나머지 절반인 ‘공감’은 우리가 짊어져야할 현실이다.

정진원·2019 춘천영화제 시민패널단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