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 최동열 강릉본사 취재국장

17∼8월 폭염기를 관통하면서 나라안에서 가장 뜨거운 ‘핫 플레이스’였던 동해안 해수욕장이 이제 폐장을 준비하고 있다.

‘국민 피서지’가 내년을 기약하며 문을 닫는 시점에 가장 궁금한 것이 있다.올해 얼마나 많은 피서객이 동해안을 찾았나 하는 것이다.최대 ‘대목’인 해수욕장 경기가 동해안의 1년을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 피서객 수는 그만큼 더 중요하다.그런데 참 아리송한 대목이 있다.피서객 수가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실증적 자료가 없다는 것이다.

행정당국에서 매일 집계하고는 있으나 그 자료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대부분 해수욕장의 피서객 수 산출이 일정 구역의 피서객 수를 기준으로 전체 면적을 대입하는 전통적 집계방식인 ‘페르미 추정법’으로 계산되기 때문이다.그래서 ‘눈대중’ 이라는 지적이 매년 끊이지 않고 있고,기자들도 달리 방도가 없으니 별로 신뢰하지 않는 자료를 궁여지책으로 보도하는 형국이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지난 6월 단오제가 끝난 뒤 강릉시는 다소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단오제 방문객이 모두 46만명이라는 자료다.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 이면서 언필칭 ‘천년축제’로 통하는 단오제는 그동안 100만명 이상이 찾는다는 것이 정설이었다.그런데 휴대폰 위치정보를 활용,빅데이터 분석을 해보니 반토막이 나버렸다.전통문화도시의 자랑인 대표 축제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법도 하지만,긍정적·고무적 평가가 훨씬 많았다.신뢰도 높은 자료를 도출,단오제 방문객 수용대책이나 프로그램 구성 등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는 것이다.

단오제 사례를 들어 해수욕장에도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하자고 하면 관계자들은 대체로 고민의 일단을 내비친다.비용 부담도 있지만,동해안 피서객이 2000만명 내외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동떨어진 자료가 나와 후폭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휴대폰 빅데이터 분석을 하면 방문객 수는 물론 성별,연령별 통계와 거주지 및 이동 동선까지 모두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해수욕장 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고,이동 동선에 따라 동해안 관광지 연계대책도 체계화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유용한가.피서객이 현저히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것 이라는 예상도 기우일 수 있다.해수욕장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겠지만,요즘 성수기 해수욕장은 낮보다 오히려 밤이 더 뜨겁다.실제로 부산 해운대구에서 올해 야간 피서객까지 빅데이터로 산출해 냈더니 지난해보다 피서객이 증가한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도 있다.고성∼삼척 401.9㎞,천리 해안선의 92곳 해수욕장은 강원도 최대의 관광자원이다.비용이 부담된다면 규모가 큰 해수욕장만이라도 시범 적용해 현실적 자료를 도출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통계는 거짓말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활용되기도 하지만,한편으로는 진실을 말하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더 정확한 피서객 자료를 집계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도 ‘눈대중’ 자료에 의존하려는 것은 ‘꼼수’가 된다.통계의 가치를 인식하고 존중한 지도자로 유명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은 “통계는 술 취한 사람 옆에 서 있는 가로등과 같다.빛을 비추기 보다는 기대는 용도로 쓰인다”며 통계가 입맛대로 해석되고 활용되는 허구성을 경계하는 유명한 경구를 남기기도 했다.언제까지 술 취한 사람이 되어 가로등에 기댈 것인가.이제 2000만명의 ‘최면’에서 깨어날 때다. dychoi@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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