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로 쌓아올린 세상이 한 걸음은 나아갔다 믿었는데…”
‘아버지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 대자보도 붙어

▲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교 재학 시절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6년 전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 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같은 자리에 다시 등장했다.

23일 대학가에 따르면 이날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는 '그래서,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2장짜리 대자보가 '14(학번) 컴퓨터(학과) 명훈' 명의로 나붙었다.

대자보 게시자는 "불과 두 주 전, 대한민국 법무부의 새로운 수장이 내정되었다"며 "물론 다른 누구보다도 정의롭고, 권력에 굴복하지 않으며 조국의 안녕을 위해 거침없이 대검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며 조 후보자를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새벽 공기를 마시며 논문을 써내려가는 대학원생들이여, 도대체 당신은 고작 2주짜리 랩 인턴은 왜 안 했느냐"며 조 후보자 딸의 논문 관련 의혹을 꼬집었다.

이어 "준법정신은 크게 어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며 "법을 제대로 닦아놓지 않은 입법기관 탓을 하노라면 차마 그 끝을 볼 자신이 없어 그만두겠다"고 적었다.

조 후보자의 딸이 자신이 제1저자로 등재된 논문을 이용해 고려대에 입학했다는 의혹에 대해 '절차적으로는 하자가 없다'는 조 후보자 측의 입장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비판도 했다.

게시자는 "우리는 부패한 권력을 끌어내린 역사의 현장에 당당히 자리했고, 촛불로 쌓아올린 이 세상이 적어도 한 걸음쯤은 나아갔다고 믿었다"며 "이제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앞서 말한 권력이 지금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독자들을 향해 "그저 묻고 싶다.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안녕들 하시지 못한지요"라며 "그래서, 모두 안녕들 하십니까"라고 끝맺었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약 6년 전인 2013년 12월 고려대생 주현우 씨가 고려대 후문 게시판에 붙인 대자보다.

주씨는 당시 대자보를 통해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던 노동자들이 대거 직위해제된 사태를 거론하며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질 것을 촉구해 온·오프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 23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후문 앞 게시판에 조국(54)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이날 고대 후문 게시판에는 조 후보자 딸 관련 의혹을 비꼬는 다른 대자보도 붙었다.

작성자는 가수 싸이의 노래 '아버지' 가사 일부를 인용하며 "아버지 이제야 깨달아요, 어찌 그렇게 사셨나요"라는 문구를 강조해 놓고 끝부분에 '자랑스러운 고대 딸이'라고 덧붙였다.

대자보 하단에는 "법무부장관 후보자 자녀의 고려대 입학과정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는 문구가 적혔다.

한편 고려대 학생들은 이날 오후 6시부터 고려대 본관 앞 중앙광장에서 대학측에 조 후보자 딸의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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