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이사람] 최훈진 속초 크래프트루트 헤드브루어
유럽맥주에 반해 진로변경 결심
속초 랜드마크 캔맥주 각종 수상
물·홉·맥아 등 천연재료만 사용

▲ 최훈진 속초 크래프트루트 헤드마스터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 최훈진 속초 크래프트루트 헤드마스터가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소규모 양조장에서 직접 제조된 신선하고 뛰어난 맛의 수제맥주가 등장하면서 수제맥주전문점을 찾는 이들도 증가했다.편의점의 ‘세계맥주 4개 만원’의 공세 속에서도 수제맥주점들은 꾸준히 새로운 맛을 개발,고객층을 넓히고 있다.맥주에 자신의 철학과 개성을 담은 속초 크래프트루트의 최훈진 헤드브루어를 만났다.

“맥주는 농경생활과 함께 시작됐습니다.기원전 4000년쯤 메소포타미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정설이죠.”

맥주의 역사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 하는 속초 크래프트루트의 헤드브루어 최훈진(39)씨.브루어리의 양조 최고 책임자답게 맥주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살짝 취기가 도는 듯 얼굴에는 홍조를 띠며 목소리는 한껏 격양됐다.기분좋은 들뜸이었다.

▲ 최훈진 속초 크래프트루트 헤드 브루어.
▲ 최훈진 속초 크래프트루트 헤드 브루어.

최 씨는 몸속에 알코올 기운이 서서히 감돌듯 서서히 맥주와 사랑에 빠졌다.서울 노원구가 고향인 그는 집 근처 대학 아이스링크에서 아이스하키와 축구를 즐겨했다.성인이 돼서도 취미로 운동을 계속하며 땀 흘린 후 마시는 맥주 한잔의 맛도 알게 됐다.“운동 후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이 좋았고 그렇게 맥주에 빠지게 됐습니다.오스트리아계 회사에서 기계제어프로그래밍 엔지니어로 취업했는데 이때 오스트리아에서 5개월동안 교육을 받을 기회가 있었습니다.이때 만난 유럽맥주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결국 2013년 말 퇴사를 결심하고 2014년 초부터 대전 바이젠하우스에서 견습을 시작했습니다.어깨너머로 맥주 만드는 것을 배웠고 2010년부터 시작한 홈브루잉도 조금 더 전문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맥주에 빠져 진로까지 변경하게 된 최씨는 바이젠하우스에서 일하며 독일 공인 ‘비어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했다.이 자격은 1단계 기본 비어소믈리에와 2단계 디플롬 비어소믈리에로 나뉜다.최씨는 2014년 자격을 보유하게 됐으며 1단계를 2등으로 2단계를 3등으로 각각 수료했다.2017년 2월에는 우리나라 디플롬소믈리에 자격을 취득한 20명 중 한국대표로 독일 뮌헨에서 열린 ‘세계 비어소믈리에 챔피언십’에 출전하기도 했다.이렇게 비어소믈리에로 성장하던 최씨는 맥주아카데미에서 인연을 맺은 현재 속초 크래프트루트 김정현 대표와 윤수구 본부장의 러브콜을 받게 됐고 2017년 11월 속초행 짐을 쌌다.

속초 크래프트루트의 헤드브루어가 된 후 최씨는 과감한 일을 벌였다.최종적으로 생산된 맥주 10t 가량을 폐기한 것.맛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는 대기업의 공장 맥주와는 달리 수제맥주는 양조과정에 따라 조금씩 편차가 발생한다.최씨는 최종맥주에서 이취가 발생하면 바로 버린다고 했다.비어소믈리에답게 맥주 맛에 매우 민감하다는 반증이다.이 꼼꼼함과 세심함이 그의 자부심이고 속초 크래프트루트의 고품질 맥주를 만드는 바탕이 됐다.

▲ 속초 크래프트루트 외부 전경.
▲ 속초 크래프트루트 외부 전경.

“크래프트루트의 맥주는 물,홉,맥아,효모 등 천연재료만을 사용합니다.억지 향을 내기 위해 인공재료는 사용하지 않습니다.이런 고집 때문에 ‘속초 IPA’는 2018 일본 인터내셔널 비어컵 대회에서 중국의 칭다오 IPA를 누르고 은메달을,‘동명항 페일에일’은 일본 대회와 우리나라 대회에서 모두 수상했습니다.”

크래프트루트는 2018년부터 속초의 랜드마크를 그려 넣은 캔맥주를 생산하고 있다.‘동명항 페일에일’,‘아바이 바이젠’ 등 속초 랜드마크의 이름과 풍경을 넣고 디자인한 맥주들은 속초시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풍부한 맛으로 속초 수제맥주 문화를 쓰고 있다.2018년과 2019년 여름에는 속초 수제맥주축제를 기획,많은 사람들이 함께 수제맥주를 즐겼다.축제에서 크래프트루트의 감성적 캔 디자인과 맥주맛에 반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소문내기 시작했다.

“저희가 생산하는 맥주는 만석닭강정과 속초 주변 리조트와 편의점,하나로마트,펍에 납품하고 있습니다.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는 ‘속초 IPA’의 수요가 가장 많습니다.대중 모두를 만족시키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저의 목표를 어느 정도 실현한 것같아 뿌듯합니다.”

비어소믈리에이자 양조사인 최씨는 속초 크래프트루트에서 생산한 맥주가 각종 대회에서 많이 수상하기를 희망한다.이는 개인적인 욕심이 아니다.“저희 양조 팀은 속초 크래프트루트가 지역 대표맥주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되기를 희망합니다.나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전세계 사람들이 일부러 찾는 양조장을 만들 것입니다.양질의 맥주생산은 기본이고 거기에 수상경력까지 더해진다면 소문이 더 빨리 나지 않을까요.

CRAFT의 뜻이 ‘(수)공예’입니다.세밀하게 공예품을 만드는 일처럼 수제맥주를 한땀한땀 만들겠습니다.” 박주석
저작권자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