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립무용단 20주년 특별공연
‘아바이’ 31일 원주 백운아트홀
실향민 20여명 함경도 민요 선사
친숙한 가요 접목해 경쾌한 무대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스무살.성인이 된 강원도립무용단이 강원도 최북단 실향민들의 80년 아픈 역사를 몸짓으로 위로한다.

강원도립무용단의 창작무용극 신작 ‘아바이’가 오는 31일 오후 4시 원주 백운아트홀에 오른다.창단 20주년 특별 기획공연으로 무용단의 성인식 무대다.배경은 1·4 후퇴 당시 월남한 함경도 피난민들이 휴전선 가까운 바닷가에 집단으로 정착한 속초 ‘아바이 마을’.공연은 갯배에 올라 마을로 들어가는 모습부터 아직도 북녘 땅을 향해 올리는 눈물의 합동제사까지…그리움 속에 평생을 살아 온 실향민들의 기다림과 추억,슬픔과 희망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총예술감독을 맡은 윤혜정 상임안무자는 이번 작품에 대해 “유일한 분단도인 강원도의 무용단만이 할 수 있는 독점 소재”라고 했다.그도 어릴 적 갯배를 보고 자란 속초 출신이다.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기타와 생황의 협연 속에 솔로댄스로 풀어낸다.실향민들이 생사도 모르는 부모나 형제를 위해 제를 올리고 있다는 아픈 현실을 기억,34명의 무용단원들이 합동제사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죽은 영혼들의 모습을 함께 표현하며 한국무용의 진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컬래버레이션도 준비돼 있다.실향민을 포함한 속초 주민 20여명.이들이 직접 무대에 올라 ‘돌고 돌아 만나리’라는 뜻의 함경도 민요 ‘돈돌라리’를 무반주로 들려준다.고향 땅 한번 밟아보는 것 외에는 아무 욕심없이 수십년의 한 많은 세월을 보낸 바닷가 사람들의 목소리다.‘돈돌라리’ 공연단은 윤 상임안무자가 2017년 주민자치회 경연대회 심사를 하며 만났다.그는 “심사 당시 위원 모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언젠가 함께 하고 싶다고 마음에 두고 있던 차 이번에 함께 하시게 됐다”며 “70∼80년 평생의 한이 묻어난 목소리는 어느 명창과 견줘도 감동의 깊이가 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무용콘서트 형식을 차용해 한국무용에 대한 고정관념도 투트랙으로 깨기로 했다.무용이 따분하거나 어렵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는 과감하게 접목시킨 트로트가요 메들리가 기다리고 있다.‘아빠의 청춘’이나 ‘노오란샤쓰의 사나이’ 등 친숙한 가요를 과감하게 접목,실향민들이 젊은날 불렀을 노래들을 경쾌하게 배치했다.고향에 갈 수 없어도 고기잡이를 하며 하루하루 살아냈을 아바이마을 주민들의 추억여행이다.반면 한국무용을 많이 접했지만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관객들에게는 현대무용 못지않은 높은 테크닉들을 선보인다.

6장의 막마다 무대전환도 이뤄진다.아바이마을의 경치와 갯배,생업인 오징어잡이 배 등을 실감나게 무대 위에 그려낼 예정이다.이번 공연을 위해 실향민들이 품어 온 생생한 전쟁의 기억도 직접 취재했다.전쟁 직후 피비린내가 진동했던 마을 모습을 묘사한 주민 증언 등이 영상으로 풀어진다.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 창단 20주년을 맞은 강원도립무용단이 오는 31일 특별기획공연을 앞두고 27일 무용단 연습실에서 리허설을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립무용단은 이번 신작 뿐 아니라 최근 창작공연에 모두 강원도만의 스토리를 입혀 왔다.지난 2017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겨울마다 찾아오는 철원 두루미를 소재삼아 평창에서의 만남을 기약한 ‘겨울약속’을,지난 해에는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에서 착안한 ‘강호’를 선보였다.강호는 내년에 특별공연도 준비중이다.윤 상임안무자는 “역사와 역사가 만난다는 생각으로 각 장면마다 맞는 메시지와 에너지를 배치했다”며 “강원도에만 유일하게 있는 슬픈 현실과 역사를 풀어내면 무용단이 도민과 함께한 20년이라는 시간의 의미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여진·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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