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밍밍한 것이 더 오래고

질기다는 걸 겪어서 알기는 아느냐고,

어느 무색, 무취, 무미한 날

이 권태로운 초록빛 지구 말고

아무도 모르는 별에 홀로 버려져

늑대처럼 황량하게 울어는 봤느냐고,

물이 대놓고 들이댄다.

눈 닿는 곳마다 무심하게 서 있는

그렇고 그런 들풀에게도

저마다 사연과 뜨거운 숨결이 있을 텐데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며 보듬어는 주었느냐고,

사뭇 다그치기도 한다.

어쩌면 너무 흔해 빠져서

정작 소중하고 간절한 의미는 깜빡하다가

꼭 어려움에 처하고 나서야

괜한 탓이나 하고 있는 건 아니냐고,

부드럽고 은근할 것만 같던 물이 그런다.

먼저 헹궈서 간수할 것이 마음이라고.

윤용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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