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립무용단 20주년 공연
무용에 콘서트 형식 도입 확장
굵은 동선·고난도 동작 인상적

▲ 강원도립무용단(상임안무자 및 총예술감독 윤혜정)이 지난 달 31일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창단 20주년 특별 기획공연 ‘아바이’ 무대를 선보였다.
▲ 강원도립무용단(상임안무자 및 총예술감독 윤혜정)이 지난 달 31일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창단 20주년 특별 기획공연 ‘아바이’ 무대를 선보였다.

▲ 강원도립무용단 창단 20주년 특별 기획공연 ‘아바이’ 무대
▲ 강원도립무용단 창단 20주년 특별 기획공연 ‘아바이’ 무대

“한 맺힌 이 마음 그 누가 알겠소.가자 가자 어서 가자 내 고향으로”

고향을 잃은 자들의 노래,소식도 모른 채 사는 자와 죽은 자를 위한 위무(慰舞)였다.강원도 최북단 바닷가의 활기찬 풍경과 실향민의 눈물이 교차했다.지난 31일 원주 백운아트홀에서 열린 강원도립무용단의 ‘아바이’ 무대를 요약하자면 그랬다.도립무용단 창단 20주년 기획공연으로 펼쳐진 이번 무대는 자칫 딱딱하다고 느낄 수 있는 무용에 속초 실향민을 소재로 ‘콘서트’ 형식을 도입,종합예술로 확장시켰다.세계 유일의 분단도의 무용단만이 택할 수 있는 소재로 강원도의 가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도전이었다.

아바이마을과 실향민들의 역사를 총 6장으로 나눠 시간 순으로 그려낸 공연은 대사가 없는 무용 퍼포먼스임에도 불구하고 각 막의 전개를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진행됐다.무용수들은 밧줄을 끌면서 갯배를 타고 아바이마을로 들어가며 시간을 과거로 돌리는 것으로 무대를 시작했다.한국전쟁 직후 속초에 모인 함경도 사람들,고향에 돌아갈 생각에 강원도 최북단에 남은 이들이 고기잡이로 남은 삶을 일궈가는 모습이 첼로 연주와 함께 세밀한 몸짓으로 표현됐다.

특히 실향민들의 희로애락을 표현하기 위해 배경음악 분위기에 상당히 큰 변주를 줬다.3장 ‘콘서트-추억여행’은 복고풍 가요들을 활용,무거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오징어와 명태가 많이 잡히던 시절,자본이 몰려든 속초의 활기찬 풍경은 실향민들의 허한 마음과 대조를 이뤘고,3장 마지막 곡 ‘님과 함께’에서는 템포를 올려 관객 흥을 돋우고 박수와 환호도 이끌어냈다.

반면 5장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기타와 생황의 연주로 ‘봄날은 간다’가 흐르면서 옛 속초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무용수 윤애람의 독무가 이어졌다.한층 어두운 곡과 몸짓 뒤로 지나가는 흑백사진은 옛 속초의 풍경을 회화적으로 각인시켰다.

마지막 장 ‘돌고 돌아 만나리’는 이번 공연의 백미였다.실향민 인터뷰 영상과 함께 아바이마을 주민 20여명이 무대에 올라 함경도 민요 ‘돈돌라리’를 불렀다.70년 세월 고향에 가지 못한 슬픔이 담담한 목소리에 녹아들어 관객들이 눈물을 훔치게 했다.이후 무용단은 ‘홀로 아리랑’과 함께 고향에 두고 온 가족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실향민들의 모습을 그렸다.대사 대신 수화로 아픈 이야기를 전했고,복면 쓴 얼굴없는 무용수들이 죽은 자의 춤을 추며 영혼을 위로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언젠가 만날 날을 기약하며 끝낸 이번 공연은 한국무용의 기존 구조에서 벗어난 구성이 돋보였다.다소 파격적 선택에 대해 찬반이 갈릴 수 있지만 20년 성인이 된 강원도립무용단이 강원도 고유의 소재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인상깊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그간 쌓아온 무용적 역량도 유감없이 발휘했다.무대를 대각선을 활용하는 굵은 동선과 바닥을 구르며 서로 뒤엉키는 등 고난이도 동작이 눈길을 끌었다.윤혜정 상임안무자(총예술감독)는 “강원도적인 소재가 세계적인 것이며 보통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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