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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그 구호의 가벼움에 대하여

송정록 편집부국장

송정록 jrsong@kado.net 2019년 09월 02일 월요일 10 면
▲ 송정록 편집부국장
▲ 송정록 편집부국장
2019년 9월.평창올림픽이 치러진 개·폐회식장.화려한 밤은 지나고 3층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있다.영화(榮華)가 떠난 그 자리에서 열린 평창남북영화제.평창올림픽을 기념해 준비된 그 영화제가 치러진 지난 8월 한여름에도 여전히 평창의 주인은 발왕산 골바람이었다.행사장 구호는 평화로 가득했지만 추위가 밀어닥친 현장은 그 이상을 담아낼만큼 평화롭지 않았다.

2018년 2월 평창은 평화 그 자체였다.남북은 선수단과 응원단,예술단까지 평창을 중심으로 다시 뭉쳤고 그 에너지는 남북을 넘어 동북아로 확대되는 듯 했다.그리고 한 해가 지난 2019년,남북관계는 극한대립의 임계점을 오르내리던 2017년으로 회귀 중이다.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남북경협을 전제로 한 평화경제론을 택했다.남북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를 실현,경제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에서 답답한 것은 역시 강원도다.강원도는 남북관계 이슈를 선점하고 주도하는 ‘평화이니셔티브’를 추진해왔다.전세계 유일한 분단의 현장이라는 이유다.그러나 논의는 그 지점까지다.강원도의 수많은 제안에 북측은 묵묵부답이다.강원도의 제안을 무시하기는 현 정부도 다르지 않다.강원도가 내세우는 남북현안을 ‘자치단체의 월권’이라며 제동을 걸고 있는 통일부는 어차피 북한 문제만큼은 사정이 비슷하니 딱히 할 말도 없다.

그러나 국방부가 추진 중인 국방개혁 2.0과 같은 정부주도 정책은 강원도에 치명적이다.국방개혁 2.0은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한 군의 중장기정책이다.접경지역의 긴장감을 상대적으로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정책은 남북관계가 움직일 때마다 요동치는 접경지역에 큰 충격을 주고있다.평화경제를 전제로 한 평화는 접경지역 주민들에게 여전히 미래의 가치다.그러나 군부대를 감축한 그 자리가 공동화된다는 것은 공포스러운 현실이다.군부대를 중심으로 70년 넘게 형성돼온 ‘대립경제’,‘긴장경제’를 평화경제로 치환한다면 그 근간을 유지해온 경제적 토대는 평화의 무엇으로 유지하겠다는 것인가?정부는 대책은커녕 그 실상 조차 알려주지 않고 있다.

(정부의)평화가 (주민의)평화를 압박하고 있다.지난 주 최문순 지사가 주관한 접경지역주민대표들과의 회의에선 군장병들이 부대 내에서 휴대폰을 이용하는 시간을 줄여달라는 건의가 나왔다.장병들이 휴대폰을 많이 하면 외부로 나가는 시간이 줄고 상경기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정부가 ‘한반도 분단구조 타파’와 ‘남북통합을 향한 한반도경제공동체’를 구상하는 동안 그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들은 장병들의 핸드폰 이용시간까지 걱정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논의되는 접경지역 문제는 지역이 여전히 정책의 객체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그래서인가 접경지역 문제는 1990년대 폐광지역을 연상케한다.급격하게 폐광정책을 추진했던 정부는 지역의 격렬한 시위에 직면한 뒤에야 전국 유일의 내국인카지노인 강원랜드로 타협했다.현 정부가 지금의 접경지역을 연착륙시키지 못한다면,그리고 그 책임을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전가한다면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벌써부터 폐광지역특별법에 준하는 접경지역특별법 논의가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 이 지역에서 유지되고 있는 평화는 전적으로 주민들의 인내가 기반이다.정부가 정말 염치가 있다면 언제까지 이들에게 맹목적인 인내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따라서 평화경제에 앞서 그 논의가 이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 수 있는 지를 진심으로 살피기 바란다.그것이 평화경제의 완성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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